[데스크시각-김준동] 시동 건 남북 스포츠 교류

입력 2013-09-04 17:42


정확히 13년 전인 2000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는 남북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새천년 들어 첫 올림픽으로 열린 시드니 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은 하나가 된다. ‘KOREA’라는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사상 첫 공동입장을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은순 농구 선수가, 북한에서는 박정철 유도 코치가 공동기수로 나서서 ‘남녀북남(南女北男)’의 아름다운 화합도 만들어낸다.

13년 전 시드니 감동 생생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정은순은 공동입장을 마친 뒤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렸고 주경기장은 감동의 물결 그 자체였다. 한 외신 기자는 기자에게 다가와 ‘원더풀’ ‘코리아 넘버원’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코리아가 스포츠로 하나 됐다. 오늘 주인공은 호주가 아니라 바로 코리아다. 스포츠를 통해 남북이 빨리 통일이 됐으면 한다.”

분단국으로는 사상 처음 공동입장을 이끌어낸 남북은 이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과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 2005년 마카오 동아시아게임,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등에서 잇따라 개막식 공동입장을 이어갔다. 특히 국내에서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과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북한이 선수단은 물론 대규모 미녀 응원단까지 파견하면서 남북 스포츠 교류가 절정을 이뤘다.

그러나 순조롭던 남북 스포츠 교류는 이명박정부 들어 단절됐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등 급속도로 악화된 남북관계 때문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남북 스포츠 교류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에는 유엔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UNOSDP)이 광주에서 개최한 유스리더십 프로그램에 청소년 3명과 인솔자 1명을 파견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북한은 이달 중순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 클럽대항 역도선수권대회에 한국을 초청했다. 참가를 준비 중인 한국 역도 선수단의 방북이 성사되면 2003년 남북 통일농구 및 통일축구에 이어 10년 만에 한국 선수가 북한에서 경기를 하게 되는 셈이다.

북한의 스포츠 교류 의지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3일 강원도 원산에 건설 중인 마식령스키장을 활용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분산 개최할 수 있다는 견해까지 밝히기도 했다. 남북 분산 개최는 복잡한 절차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장웅 위원의 발언은 북한의 달라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남북 공동입장,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남북 단일팀 준비 등 스포츠를 통한 남북 교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냉전 스포츠로 풀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포츠 교류는 정치적 대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동·서독이 꾸준한 스포츠 교류로 통일의 물꼬를 텄고 미국과 중국은 ‘핑퐁외교’로 수교 노크를 두드렸다.

내년에는 소치 동계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에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등이 예정돼 있다. 김정은도 최근 미국프로농구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을 잇따라 초청하는 등 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남북이 정치적 냉전 관계를 개선하고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스포츠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2007년 이후 6년 동안 중단된 남북 스포츠 교류가 활발하게 재개되길 기대해본다.

김준동 체육부장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