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철수] 감사원 중립, 법 개정보다 운영의 묘
입력 2013-09-04 17:40
“현 상태에서 국회이관이나 감사위원 인사청문은 정치적 중립을 더 훼손할 것”
감사원은 원장이 결원인 채로 65주년 생일을 맞았다. 정권 교체와 함께 감사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하는 것은 관례가 되다시피 했다. 감사원장의 임기가 4년인데도 대통령이 바뀌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이 자의반 타의반 물러난다.
대통령과 감사원장 간에 알력이 생기는 이유는 감사원이 헌법상 대통령 소속기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감사원도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코드에 맞는 인사를 임명하고, 감사원 직무에 간섭하려고 한다. 이에 반해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법 제2조 1항)는 규정에 따라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4년의 임기를 지키며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하여 직무를 수행하려는데서 갈등이 생긴다.
감사원장 공백기를 맞아 감사원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감사위원의 임명에서도 국회 인사청문을 거치도록 하고 감사원의 중요 감사결과를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에도 수시로 보고토록 감사원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헌법을 개정해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감사원을 국회에 이관하거나, 감사위원의 인사청문을 하거나 감사위원을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국회 구성으로 보아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외국의 경우 회계검사원을 국회에 두는 경우는 많다. 미국은 국회가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산과 회계검사를 하는 회계검사원을 국회에 두고 있다. 우리의 감사원은 외국과 달리 회계감사권과 직무감찰권을 가지고 있다. 제헌헌법에서는 회계감사 기능을 가진 심계원을 두었고, 직무감찰권을 가진 감찰위원회는 1961년 신설하였었다. 제3공화국에 들어 이 두 기관을 통합해 감사원을 두게 된 것이다. 회계검사기관은 미국처럼 국회에 둘 수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국회가 결산검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회계검사를 국회에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는 현재도 세계에 유례없는 국정감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할 수 있고 회계연도마다 감사원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정확·공정해야 할 회계검사에 정치인이 관여하게 하는 것은 회계원리에 어긋나며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
특히 행정공무원에 대한 직무감찰에 국회의원이 관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직무감찰이 정치적이 되면 공무원들은 정치인에게 줄을 서게 될 것이고, 직업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행정공무원에 대한 직무감찰은 행정의 능률성 제고, 공정성 확보, 부패방지를 위해 대통령에 속해야 한다. 국회가 선진화 되면 심계원은 국회로 이관하더라도 감찰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그대로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국가원수의 지위와 행정부 수반의 지위를 아울러 가진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이기 때문에 감사원에 대해서도 청와대 민정비서실에서 관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민정비서실에서 감사원을 견제해 온 것이 MB정권 때의 일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소속한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민정비서실이 직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중립적인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감사원을 지휘·감독할 수는 있을 것이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고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어 조직상의 독립이 보장되어 있다.
대통령은 감사원장을 임명할 때 정치적 고려보다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를 골라야 할 것이요, 임명 후에는 자주 독대하여 감사원장의 권위를 높여주고 감사원이 정책감사를 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사위원의 임명에 있어서는 합의기관인 감사원의 지위를 고려하여 감사위원들의 협의를 거쳐 감사원장이 제청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현재의 감사원법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법률을 개정할 것이 아니고 운영의 묘를 기하도록 해야 한다.
김철수(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