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약초향기 지리산에 모였네
입력 2013-09-04 16:59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9월 6일 개막
산이 푸르러 산청(山淸), 물이 맑아 수청(水淸), 인심이 좋아 인청(人淸)으로 불리는 ‘삼청(三淸)의 고장’ 경남 산청에서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6일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허준의 ‘동의보감’ 발간(1610년)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금서면 특리의 동의보감촌에서 열리는 산청엑스포는 한의약의 우수성을 재발견하고 산청을 한방의료관광의 허브로 구축하기 위한 메가 이벤트. 약초 향기 그윽한 산청으로 초가을 힐링여행을 떠나본다.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리는 동의보감촌은 왕산(923m)과 필봉산(848m)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왕산(王山)은 고대 가락국의 마지막 왕이자 김유신 장군의 증조부로 알려진 구형왕의 무덤을 품고 있다. 구형왕릉은 ‘한국판 피라미드’로 불리는 돌무덤으로, 거친 돌을 7단으로 쌓고 둘레를 돌담으로 두른 특이한 형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무덤양식이다.
구형왕은 왜 이처럼 거친 돌 속에 묻혔을까? 백성을 사랑한 구형왕은 신라의 야욕에 맞서 전멸을 각오하고 전쟁을 치를 수가 없었다. 고민하던 구형왕은 즉위 11년 만인 서기 532년에 국운이 다한 가락국을 신라의 법흥왕에게 넘겨줬다. 대신 사랑하는 백성을 신라인과 동등하게 대우해달라고 부탁했고 증손자인 김유신이 삼국을 통일하는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자신은 죽어 조상을 볼 면목이 없다는 죄책감에 돌무덤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구형왕릉과 가까운 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IC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면 배롱나무 가로수와 길섶을 수놓은 설악초의 하얀 잎이 무명을 펼쳐놓은 듯 하늘거리며 초가을 나들이객을 맞는다. 동의보감촌 인근에 조성된 주차장은 추석을 앞두고 누렇게 익어가는 생초면의 들판을 감상하는 전망대. 주차장에서 동의보감촌까지 초가을 따가운 햇살을 피하도록 인도에 갈대로 만든 그늘막을 설치해 쾌적한 관람을 돕고 있다.
산청은 예로부터 사람을 불러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일찍이 고운 최치원과 남명 조식은 지리산 천왕봉 자락에 위치한 산청을 찾아 여생을 보냈다. 동의보감 저자이자 의성(醫聖)으로 추앙받은 허준은 어린 시절을 산청에서 보냈고, 문익점은 원나라에서 가져온 목화씨를 산청에 심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로 끝나는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귀천(歸天)’ 시비가 산청의 중산리계곡에 세워진 것도 시인이 생전에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산청의 지리산 자락을 거닐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을 비롯해 지리산 자락과 경호강 등 산자수명한 산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동의보감촌은 주제관, 동의보감박물관, 약초생태관, 산업관, 세계관, 약선문화관, 교류협력관, 한방기체험장, 동의본가 힐링타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청엑스포가 끝난 후 산업관 등 임시시설물을 철거하고 나면 한옥 시설물만 남게 돼 조선시대로 여행을 온 듯 고즈넉한 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늙지 않는다는 뜻의 불로문(不老門)을 들어서면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주제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서울 경회루와 그리스의 파르테논신전을 결합한 모양새의 주제관은 동의보감촌을 상징하는 건축물. 동의보감을 서가에 꽂은 형상의 주제관에 들어서면 전통 한의약의 참모습을 특수효과와 입체영상 쇼로 보여주는 주제영상관이 맞는다.
주제관 2층은 한의약의 과거·현재·미래를 한눈에 보는 한의약 힐링 파크. 어두컴컴한 실내로 들어서면 음식을 통해 건강을 관리한 왕가(王家)의 비결과 한의약의 허브로 부상하는 산청의 미래 비전을 황홀한 영상으로 보여준다. 4D영상물 ‘호모 큐라스’와 ‘준이와 약깨비의 모험’도 흥미롭다.
1814년에 발간된 동의보감 목판본(갑술년판)을 전시하고 있는 동의보감박물관은 동의보감의 역사와 생활 속의 동의보감 등을 살펴보는 동의보감관과 한방체험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청의 자연환경을 그래픽과 디오라마를 통해 구성한 한방체험관은 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며 자생하는 약초를 살펴보고 한방체험을 하는 스토리로 구성돼 더욱 흥미롭다. 즉석에서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한방 처방을 내려주는 기획전시실도 관람객들에게 인기.
동의본가 힐링타운은 사전예약을 통해 실제로 건강검진을 받고 침 시술 등을 받는 공간. 왕산과 필봉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동의본가 힐링타운에서는 근육 이완 마사지를 비롯해 복부마시지, 얼굴관리, 발마사지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으로 한 번에 4∼6명씩 하루 6차례 진행된다. 둘레길을 산책하고 진맥과 치유를 받는 1박2일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동의보감촌 최상단에 위치한 한방기체험장은 자연과 몸의 기(氣)를 직접 체험해보는 공간. 돌거울인 석경과 거대한 바위인 귀감석 앞에서 기체조를 하면 하늘의 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단청이 아름다운 한옥건물인 동의전은 기와 맥의 흐름과 변화를 모티브로 한 연출 공간.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자신의 기와 맥, 그리고 혈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웅장한 모습의 동의전은 화려한 색채의 단청이 아름다워 야간조명을 환하게 밝히는 한밤에는 화려한 색채의 단청에서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는 듯하다. 이밖에 동의보감촌에는 온갖 약초가 사철 자라는 한옥 형태의 유리온실인 산청약초관, 곰과 호랑이 모양의 전망대 등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동의보감촌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도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힐링체험관 뒤편의 계곡과 산자락에 개설된 허준순례길은 2.5㎞로 주변에 당귀를 비롯해 온갖 산약초들이 촘촘하게 식재돼 있다. 왕산과 필봉산, 그리고 동의보감촌을 한 바퀴 도는 동의보감 둘레길 21㎞는 고즈넉한 산길로 지리산 둘레길과 맞닿아 있다.
산청=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