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36)] “모든 식품에 방사능 오염도 표시” 정부에 촉구
입력 2013-09-04 17:35
방사능,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유출된 방사능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제 하루 300t 이상 방사능 오염 냉각수가 바다로 흘러가고, 다른 저장탱크에서도 오염수가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인정하고 있다. ‘국제원자력사고평가 척도’ 또한 레벨 1에서 레벨 3으로 격상됐다. 태평양 바다가 방사능으로 계속 오염돼가고 있는 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우리 정부는 인접 국가의 ‘방사능 괴담’이 입에서 입으로, 인터넷과 SNS를 타고 유포되자 그것을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인접 국가에서 방사능의 대량 유출이 확인될 경우 발령해야 할 위기경보조차 내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국민이 방사능에 대해 불안을 표현하는 것을 ‘방사능 괴담 유포’로 규정하고 엄중 처벌한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안일하게 대응해 왔다.
사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런 불안들을 괴담으로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방사능 관련 정보, 특히 피폭이 우려되는 먹거리 안전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이제 극에 달했다. ‘우리나라 바다는 안전하다’, ‘안전 기준치 이하이니 안심하고 먹어라’는 정부의 ‘안심안전 홍보’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일본산 수산물 오염이 전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자 식약처가 검사를 주 2회로 강화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을 떨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정보와 검역 기준을 일본에만 의존하고 있고, 일본 어디에서 온 것인지 원산지 표시제도 실시하고 있지 않으며, 수입량에 관계없이 수입건당 샘플 조사라는 부실한 조사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먹거리의 방사능 안전 여부를 시민들이 판단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YWCA는 탈핵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면서 최근 여러 시민단체와 더불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유출 방사능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활동에 힘을 기울여왔고 방사능에 안전한 학교급식 조례를 제정하도록 요구했다. 지난달 7일에는 부산YWCA를 비롯한 동부지역 YWCA들은 일본보다 3.7배나 높은 현재의 방사능 안전 기준치를 ‘핵전쟁 방지를 위한 의사회’가 제시한 8베크렐(Bq)로 낮출 것과 모든 식품에 방사능 오염도를 표시하도록 식약처에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서명활동을 벌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식품에서의 세슘 오염 기준치는 ㎏당 370베크렐이다.
9월 2일 명동 한국YWCA연합회 건물 앞에서 진행된 ‘방사능 오염 먹거리 감시 강화 촉구 캠페인’은 방사능 안전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한 자리였다. 점심시간 명동 일대를 오가는 시민들은 캠페인에 진지하게 귀 기울였고, 방사능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서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방사능은 아무리 소량이라도 인체에 유해하며, 먹거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인체에 쌓일 경우 여러 가지 암을 유발한다는 것은 히로시마와 체르노빌에서 증명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후쿠시마 사태가 아무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와 안전한 환경을 만들도록 요구하는 것은 수없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으로도 한국YWCA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또한 방사능과 핵발전소의 위험이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이윤숙(한국YWCA연합회 생명비전연구소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