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史를 바꾼 한국교회史 20장면] 한 손에 성경, 한 손에 괭이 들었던 아버지의 열정에 이끌려…

입력 2013-09-04 17:30


가나안농군학교장 김범일 장로

“아버지께서는 한 손에 성경, 한 손에 괭이를 들고 나라와 민족을 품은 농부였습니다.”

지난달 19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김범일(77) 가나안농군학교장은 그의 아버지인 김용기 장로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김 장로의 차남인 김 교장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강원도 원주의 가나안농군학교를 이끌고 있다.

그를 비롯한 김 장로의 3남 2녀는 어릴 때부터 황무지 개척운동에 동참했다. 김 교장은 오전 5시부터 밤 11시까지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며 농사일을 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와는 달리 농촌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었다. 친구의 미국 유학에 자극 받은 김 교장은 22세 때인 1958년 집을 나왔다. 홀로 해외 유학을 위해 애면글면하던 어느 날, 그는 아버지에게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

‘보고 싶고 사랑하는 아들아, 나 역시 그만두고 싶을 때가 왜 없겠느냐. 하지만 우리 민족과 농촌이 살려면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니 이해해다오. 어서 다시 와 함께 일하자.’

나라와 민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김 교장은 농촌으로 돌아가 빈곤퇴치를 위해 평생을 바치기로 다짐했다. 62년 가나안농군학교가 세워진 이후 그는 ‘하나님·이웃·흙 사랑’을 바탕으로 새마을운동 및 농촌지도자를 길러내는 데 전력했다. 바른 정신과 올곧은 태도,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한 가나안농군학교는 농촌뿐 아니라 각 분야 지도자 교육에 영향을 미쳐 현재 수료생이 70만명에 이른다.

90년대부터 세계빈곤 퇴치와 농촌지도자 육성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10여개의 가나안농군학교를 세운 김 교장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향후 그는 귀농·귀촌 교육과 청소년 대안교육을 진행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개척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