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4세 여성의 ‘4전5기’… 상어보호망 없이 플로리다해협 첫 수영횡단

입력 2013-09-03 19:18 수정 2013-09-03 23:13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해안에서 출발, 2일 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Key West) 해변까지 177㎞를 헤엄쳐 건넌 64살의 다이애나 니아드가 꿈을 이룬 순간, 환영 나온 팬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꿈을 이루는 데 나이는 문제가 안 돼요.”

플로리다 해협 횡단은 미국 장거리 수영선수 출신인 니아드의 오랜 꿈이었다. 첫 도전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29살이었을 때 그는 상어 보호 철망 안에서 플로리다 해협을 헤엄쳐 42시간 만에 완주했다. 그런 뒤 30여년이 흐른 2011년부터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상어 보호 철망 없이 횡단하는 것이었다. 1년 동안 세 차례나 도전했지만 기상 악화, 해파리 공격 등으로 모두 실패했다. 작년 네 번째 도전 때는 166㎞까지 헤엄쳐 갔지만 해파리 공격과 강한 걸프 해류를 이기지 못해 꿈을 접어야 했다. 니아드는 지난달 30일 쿠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다.

도전은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고령의 나이로 체력적인 한계는 기본이고, 상어 보호 철망 없이 헤엄치는 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해파리 공격을 막기 위해 특수 제작한 마스크를 얼굴에 착용했지만 강한 해류 탓에 입술이 퉁퉁 부어오르기도 했다. 도전 첫 날인 31일 밤엔 폭풍과 거센 파도에 시달렸다. 다행히 둘째 날 밤에는 파도가 잠잠해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니아드는 수십 시간 수영하는 동안 잡념을 뿌리치기 위해 쿠바의 발라드 곡을 속으로 수백 번씩 불렀다. 플로리다 해협 횡단 도전으로 쿠바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 쿠바와 미국 간 냉랭한 관계가 풀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횡단 도전도 계속하게 됐다고 한다.

니아드는 결국 ‘4전5기’ 끝에 이 마지막 도전을 성공으로 마무리 지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BC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은 2일(현지시간) “상어 보호 철망 없이 플로리다 해협을 횡단한 최초의 인물”이라며 니아드를 집중 조명하기 바빴다. 그는 정확히 52시간 54분 만에 플로리다 해협 177㎞를 횡단했다. WSJ는 “한 시간 동안 평균 2마일(약 3.2㎞)을 헤엄친 것”이라고 했다.

니아드는 인터넷 블로그에 도전 3일 동안 짤막한 소회를 올렸다. 목표지점까지 2마일을 앞두고 올린 글에는 “내 평생의 꿈을 이루는 데 2마일이 남았다. 지금 이 순간 너무너무 행복하다”며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말란 얘기를 하고 싶다”고 적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