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노숙투쟁 하는데 무슨 전기담요?”
입력 2013-09-04 05:01
민주당 김한길 대표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씨가 지난 주말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장외투쟁 중인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날이 서늘해졌는데 전기담요라도 갖다드릴까요?” 하지만 김 대표는 “아냐 놔둬. 있을 것 다 있고 누릴 것 다 누리면 그게 무슨 장외투쟁이야. 걱정하지 마, 나 잘 있어”라고 전화를 끊었다.
김 대표가 집에 가지 않고 열흘 가까이 노숙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씨가 뭘 좀 챙겨주려고 해도 한사코 거절한다고 한다. 최씨는 3일 저녁에 천막당사에 직접 찾아와 남편 얼굴만 잠깐 쳐다보다 돌아갔다. 둘째 아들 무진(12)군을 데리고 나온 최씨는 남편에게 담요를 건네면서 “잠은 이 사람(김 대표)이 밖에서 자는데 몸은 어떻게 제가 더 힘든 거 같다”며 김 대표를 응원했다.
김 대표가 노숙투쟁을 ‘교범’대로 하고 있어 주변에서 걱정이 많다. 인근 목욕탕에도 가지 않고 잠이 깨면 주변 지하철 1호선 시청역 화장실에 가 혼자서 세수를 하고 온다.
참모들이 제일 걱정하는 게 잠자리다. 도로변이라, 큰 차들이 다니면 땅이 울려 편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보좌진이 얼마 전 야전침대에 매트리트를 깔아놓았더니, 김 대표가 “무슨 호텔도 아니고 매트리스는 왜 깔았어”라고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다만 그도 소음은 견디기 어려웠던지 귀마개를 하고 잔다.
이렇듯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열성적으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통합진보당발(發) 내란음모사건으로 인해 여론의 주목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표의 흡연량도 며칠 새 더 늘었다. 그마저도 시청광장에서 피우면 불법이라 주변에 세워둔 자신의 차안에서 몰래 피우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