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이어 흥행몰이 예감 ‘관상’ 주연 송강호

입력 2013-09-03 18:31


역시 송강호였다. 11일 개봉되는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에서 조선시대 최고의 관상가 김내경 역을 맡은 송강호(46)는 때로는 코믹한 연기로, 때로는 울분을 토해내는 눈물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2일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첫 공개된 후 “관객 500만 돌파는 기본”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900만 관객을 넘어선 ‘설국열차’에 이어 흥행 홈런이 기대되고 있다.

3일 서울 태평로 한 호텔에서 만난 송강호는 웃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가 출연한 ‘설국열차’에 이어 ‘관상’도 흥행 대박이 예상된다고 하자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12월 개봉 예정인 ‘변호인’까지 올 하반기에만 3편이 나와요. 난생 처음이지요. 이렇게 한꺼번에 몰릴 줄 몰랐는데 다 재미있고 좋은 영화이니 관객들과 소통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설국열차’ 흥행 얘기부터 꺼냈다. “아무리 봉준호 감독이라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 내심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영화가 계층 간 갈등 등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고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면서 성공적이었죠.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의 비극을 그린 ‘관상’도 현실과 비교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는 관객이 많으면 좋겠어요.”

송강호는 ‘관상’에서 훗날 세조로 등극하는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의 보위를 찬탈하는 음모를 막기 위해 김종서 장군 편에 서서 운명을 바꾸려는 역할을 맡았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단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사극의 주인공을 맡기는 처음이다. 그는 “사실 그동안 사극 출연 기회가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역사 속 한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권력 싸움이 펼쳐진 계유정난(1453)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조선시대 가장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사건이잖아요. 그 시대로 돌아가 그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싶었던 거죠. 40년가량 상상하던 것이 배역으로 주어지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지요.”

‘관상’에는 송강호 외에도 김종서 역의 백윤식,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 기생 연홍 역의 김혜수, 김내경의 처남 역에 조정석, 김내경의 아들 역에 이종석 등 쟁쟁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송강호는 “김혜수는 ‘YMCA 야구단’(2002)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고 나머지 배우들은 처음인데 정말 연기 잘하고 훌륭한 분들만 모였다”고 추어올렸다.

“백윤식 선배님은 말할 것도 없고 홍일점인 김혜수는 없는 것 같으면서도 필요할 땐 카리스마를 내뿜는 연기가 장난 아니었어요.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로 떴지만 드라마를 풍요롭게 할 줄 아는 후배이고,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스타덤에 오른 이종석도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태도가 신인 같지 않아 제가 많이 배웠죠.”

조정석과 콤비를 이뤄 유머러스하게 전개되는 영화는 중반 이후 수양대군이 등장하면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바뀐다. 2시간20분의 러닝타임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다. 송강호는 “2시간 이내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로선 긴 영화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가장 맛있는 사골의 국물을 내기 위해 20분 정도 불을 더 지핀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영화계에서 ‘캐스팅 1순위 흥행 배우’라고 평가하는 데 대해 그는 손을 내저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우리의 삶과 같이 간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도 있고 시련도 닥치고 그런 게 인생이잖아요. 영화도 최선을 다했지만 잘 안 되는 작품이 있고 뜻밖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듯이 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매번 절박한 심정으로 작품에 임한다는 각오는 늘 해요.”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