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단의 55홈런 2013년 시즌엔 깨질까
입력 2013-09-03 18:27
삼성 이승엽이 2003년 세운 아시아 홈런 신기록 56개가 올해 깨지는 걸까.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의 블라디미르 발렌틴의 홈런 레이스가 심상치 않다. 발렌틴은 2일까지 홈런 52개로 양대리그를 통틀어 홈런 1위에 올라있다. 남은 27경기에서 5개만 추가해도 오 사다하루가 1964년 세운 일본 기록(55개)은 물론 이승엽의 아시아 신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네덜란드령 앤틸러스제도 출신 발렌틴은 최근 오 사다하루의 기록을 지키기 위한 일본야구의 배타적인 분위기에 직면했다. 투수들이 그에게 고의4구를 던지며 노골적으로 견제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세 경기에서 각각 볼넷 2개씩 나오는 등 그는 지난 8경기 연속 볼넷을 얻어냈다. 앞서 터피 로즈와 알렉스 카브레라가 2001, 2002년 각각 일본 홈런 신기록에 도전했지만 극심한 견제를 받으며 결국 타이기록에서 멈췄다. 최근 노무라 카츠야 전 라쿠텐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난 선수가 오 사다하루의 기록을 깬다면 일본의 수치”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일본 야구계의 이런 분위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일동포 출신 원로 야구인 장훈씨는 “투수들이 발렌틴과 정정당당하게 정면승부해야 한다”면서 “스즈키 이치로는 미국에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받고 있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또 오 사다하루 현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은 일본 선수들에게 “발렌틴과 자신을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에게 있는 것은 자신에게도 있다고 생각해달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는 발렌틴과의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발렌틴의 홈런 기록과 상관없이 정면승부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맘껏 배트를 휘두를 수 있게 된 발렌틴이 홈런을 얼마나 추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