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주니어부 출전 정현 “빨리 메이저코트서 뛰고싶어요”

입력 2013-09-03 18:27


“아더 애시 스타디움에서 빨리 뛰고 싶습니다.”

한국테니스의 기대주 정현(17·사진·삼일공고)은 US오픈 시니어 본선 무대를 직접 겨냥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US오픈 테니스대회 주니어 단식 1회전이 갑작스런 우천으로 취소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정현은 “한국 테니스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빌리 진 킹 내셔널 센터는 센터 코트인 아더 애시 스타디움을 포함, 무려 17개의 코트가 있다. 64강이 겨루는 주니어부는 센터 코트 옆 일반 코트에서 경기를 펼친다. 관중석이라야 채 100석도 되지 않는 평범한 코트에서 뛰는 주니어선수들은 메이저 대회 중 최고 관중수용규모(2만2500석)를 자랑하는 아더 애시 스타디움에서 뛰는 것이 꿈이다.

정현은 지난 7월 끝난 윔블던에서 주니어부 결승에 올라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캐나다오픈 주니어부에서 단식 8강과 복식 결승까지 올라 기대감은 절정에 이르고 있다.

“빨리 성인 무대에서 성과를 내고 싶어요. 내년까지는 주니어에서 뛰는 만큼 한국선수 첫 메이저대회 주니어 챔피언도 되고 싶고요.”

사실 한국테니스는 1980∼90년대 전성기를 지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는 아시아권에서 3류 국가로 전락한데 이어 126강이 겨루는 메이저 무대 본선 진출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대한테니스협회는 2년 전부터 주니어육성만이 한국테니스의 사활이 걸렸다고 판단하고 주니어육성에 집중적으로 매달렸다. 그 첫 기대주가 정현이다. 정현은 심한 약시로 교정시력이 0.8에 불과하나 특유의 집중력으로 정상 시력 선수와 다름없는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들의 약시를 걱정한 어머니 김영미(44) 씨는 시력교정 수술이 아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돼 자신이 먼저 라식수술을 받아 후유증을 검토해볼 정도로 자식사랑이 지극하다. 이번 대회에는 아버지이자 소속팀 감독인 정석진(47·삼일공고) 감독이 뉴욕까지 날아왔다. 경기인 출신인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도 현장에서 독려하고 있다.

정현은 “회장님이 주니어선수에게 거는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세계랭킹을 빨리 높여 이형택 선배님 이후 끊어진 메이저 대회 진출 한국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시니어 남자단식 4회전에서 ‘전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7위)가 10전 전승을 거뒀던 토미 로브레도(22위·스페인)에게 0대 3(6-7 3-6 4-6)으로 져 2003년 이후 10년 만에 US오픈 8강 진출 실패의 쓴맛을 봤다. 페더러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우승한 이후 5개 대회 연속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르지 못해 은퇴시기를 잡을 날만 남겼다.

뉴욕=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