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싱 오해받을라… 모바일 초대장 피해 속출에 기피 현상
입력 2013-09-03 18:19
직장인 김원형(33)씨는 3주 뒤 딸의 돌잔치를 앞두고 친지들에게 휴대전화로 간편한 ‘모바일 초대장’을 보내는 대신 일일이 전화를 걸고 있다. 자신도 ‘돌잔치에 초대합니다. 클릭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로 소액결제 ‘스미싱’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고교 동창이 보낸 문자를 받고 반가운 마음에 클릭했는데 1만2000원이 결제됐다. 김씨는 3일 “친지들에게 모바일 초대장을 보냈다가 괜한 오해를 살 것 같아 불편해도 직접 전화를 걸기로 했다”고 말했다.
돌잔치나 결혼식 초대장이라며 문자메시지에 인터넷 주소를 함께 입력해 보내는 ‘스미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모바일 초대장 발송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모바일 초대장은 많은 사람에게 빠르고 쉽게 전달할 수 있고 분실 우려도 없어 애용돼 왔지만 신종 사기에 기피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한 온라인 카드 업체 관계자는 “모바일과 종이카드를 동시에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종이카드만 발송하고 모바일 카드는 생략하겠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런 사기 문자는 지인의 휴대전화 번호로 배달되는 탓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모(56·여)씨는 지난달 26일 지인으로부터 결혼식 청첩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 입력된 인터넷 주소를 누른 순간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정체 모를 앱이 설치됐다. 이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로 문자를 동시에 발송하는 ‘스미싱 문자 앱’이었다.
이후 이씨에게는 ‘청첩장인 줄 알고 눌렀다가 피해를 당했다’는 지인들의 연락이 빗발쳤다. 이씨는 “내가 보낸 줄 알고 눌렀다가 돈이 결제됐다며 원망하는 친구와 다투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스미싱 피해 때문에 ‘욕 문자’를 받는 등 관계가 나빠졌다며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모바일카드 업체 비핸즈(구 바른손카드) 관계자는 “단순 문구만 보내는 초대장보다 신랑 신부 이름을 함께 넣는 등 스미싱 문자와 구별되게 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