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니 신규대출 뚝뚝… 적격대출 찬밥신세

입력 2013-09-03 18:14 수정 2013-09-03 22:58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한때 서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격 대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 7월 판매실적은 상품 출시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금리가 높아진 데다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감축) 조짐(9월 2일자 1·6면 참조)까지 확산되면서 적격대출 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는 20개 금융회사를 통해 지난 7월 공급된 적격대출 공급액은 총 41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전달인 6월(2544억원)에 비해 83.6%, 지난 5월(7475억원)에 비해 94.4%나 급감한 수치다. 월별 공급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3월 적격대출 상품이 출시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현재 변동금리대출은 금리가 연 3%대인 반면 고정금리는 연 4%대로 약간 높다”며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출자들의 수요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계의 빚 줄이기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적격대출 공급액이 1조원을 넘었던 지난 4월에는 대출금리가 연 3.92%였으나 지난달에는 연 4.47%로 치솟았다. 주택저당증권(MBS)의 기준금리인 국고채 5년물 금리가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 영향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적격대출은 은행의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주택금융공사가 MBS를 발행하는 구조다.

적격대출 판매 감소 원인으로 미온적인 은행권 태도도 꼬집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 유동화에 익숙한 외국계 은행들은 적격대출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반면 국내 은행들이 자산규모 경쟁에 급급해 공사에 대출을 이동시키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은행들은 적격대출 판매 손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한다. 금리가 상승해 기준금리가 적격대출금리보다 높아지면서 은행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받는 변동수수료율이 마이너스가 됐다는 것이다.

손실 발생 이유는 양수도 시차에 있다. 은행이 판매한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MBS를 발행할 만큼 쌓여야 양수도가 이뤄지는데 통상 두 달 정도가 걸린다. 이 기간에 금리가 인상되면 은행이 손실을 입는 것이다. 물론 금리가 내려가면 수익을 낼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7∼8월 양수도에 참여한 은행들에 10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당국이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늘려가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적격대출을 유지하기 위해선 구조적 개선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두 달 이후의 금리를 예측해 현재에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금리 시차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휘정 수석연구원은 “2004년 적격대출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일본은 전산시스템이 잘돼 있어 보통 1∼2주면 양수도가 이뤄져 그만큼의 금리 리스크만 부담하면 된다”며 “우리나라도 양수도 기간을 줄여 은행 손실을 보존해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애 이경원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