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노키아 전격 인수… ‘소프트웨어 공룡’ 휴대폰 품다

입력 2013-09-03 18:16 수정 2013-09-03 23:02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마트폰 이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했던 노키아를 전격 인수했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두 기업이 최후의 반전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MS와 노키아는 2일(현지시간) 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사업 부문과 특허권을 54억4000만 유로(약 7조8642억원·71억8000만 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사업 부문을 ‘실질적으로 전부’ 넘겨받는 데 37억9000만 유로, 특허권은 16억5000만 유로를 지불키로 했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지난 6월 인수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문제로 결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 작업은 내년 1분기까지 마무리되고 노키아의 주주와 규제 당국의 최종 승인을 거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도 MS로 자리를 옮기기로 해 MS 후계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MS의 스티브 발머 CEO는 1년 내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로, 엘롭 CEO가 강력한 후임자로 떠올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인수 합의는 MS와 노키아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에 뒤처져 존재조차 미미했던 MS는 노키아라는 단말기 제조업체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MS의 점유율은 3% 남짓에 불과하다.

시장 분석가인 팀 바자린은 “MS가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양날개를 갖춘 애플 모델을 완성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가트너의 밴 베이커 애널리스트는 “MS가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확고한 제3위 업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과 함께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도 이미 2011년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체제를 출범시켰다.

노키아는 지난해 MS와의 제휴를 통해 MS 모바일 운용체제를 사용하는 ‘윈도폰’을 출시했지만 애플과 삼성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거래를 통해 노키아는 MS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MS의 노키아 인수가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국내 분석가들은 이미 MS와 노키아의 합작품인 ‘윈도폰’이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MS가 윈도 PC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최적화된 윈도폰을 선보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