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부패와의 전쟁] “독립성 보장돼야 부패 척결 가능”
입력 2013-09-03 18:09
청렴 홍콩 견인 ‘염정공서’ 리키 야우 수사국장
“반부패기구가 독립성을 가질 때, 두려움이나 청탁에서 자유롭게 부패와 싸울 수 있습니다.”
3일 오전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만난 홍콩 염정공서(廉政公暑·ICAC) 리키 야우(Ricky Yau·49) 수사국장은 이같이 말했다. 야우 국장은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강력한 조사권과 헌법이 보장하는 독립성’을 꼽았다.
1974년 설립된 염정공서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부패방지기관으로 꼽힌다. 1970년대 홍콩은 ‘홍콩 느와르’라는 범죄 영화 장르를 탄생시켰을 정도로 각종 부패와 비리가 만연했다. 당시 홍콩 당국은 염정공서에 강력한 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각종 부패방지법과 조례를 제정해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이후 염정공서는 홍콩 최고의 반부패기관으로 성장했다. 2007년 염정공서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콩인의 99%가 염정공서를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우 국장은 “염정공서는 헌법에 의해 독립성을 보장받기 때문에 1200여명의 직원들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반부패 활동을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염정공서는 체포·감금·보석 승인권, 압수권 등 우리나라 검찰 수준의 강제조사권을 갖고 있다.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도 부패 행위라고 판단되면 염정공서에 사건을 이관한다.
권한이 센 만큼 염정공서 자체의 부패를 방지하는 장치도 다양하다. 야우 국장은 “강한 수사권이 있지만 기소권이 없어 사법부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교수, 변호사, 엔지니어 등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자문위원회가 비판과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