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 피의자 신분 전격 소환… 1672억 자진납부 압박

입력 2013-09-03 17:57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3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됐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 출범 이후 전 전 대통령 자녀 소환은 처음이다. 재용씨는 2004년 2월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이후 9년7개월여 만에 다시 검찰에 불려 나왔다.

재용씨는 오전 7시30분쯤 변호사 없이 혼자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당초 4∼5일쯤 재용씨를 소환하기로 했지만 재용씨 측이 전날 급하게 출석의사를 밝혀와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 관계자는 “재용씨 측이 검찰 출석 공개를 꺼려해 오전 일찍 소환했다”고 말했다.

재용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에게서 경기도 오산 땅을 증여받고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과정에서 124억원가량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재용씨를 지난달 구속된 이씨의 공범으로 지목했다.

이씨는 2006년 12월 오산 양산동 631 등 2필지 1만6500㎡를 삼원코리아(재용씨가 60% 지분 소유)에 13억원에 매도했다. 비슷한 시기 양산동 산19-60 2필지 26만4000㎡를 재용씨 가족 회사인 비엘에셋에 25억원에 팔았다. 검찰은 이씨와 재용씨 사이의 거래가 매매를 가장한 증여로 보고 각각 45억원, 25억원의 법인세를 탈루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용씨와 이씨는 2006년 양산동 땅 일부를 부동산개발업체 엔피엔지니어링에 매도하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 65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관련 땅은 모두 압류됐다. 검찰은 재용씨가 이씨에게서 사업자금 161억원을 무담보로 대출받은 경위도 파악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혐의가 재용씨의 혐의와 상당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용씨가 2003년 5월과 2005년 9월 해외 투자를 가장해 미국 고급 주택 2채를 구입한 경위도 집중 추궁했다. 재용씨는 당시 부인 박상아씨 명의로 각각 36만 달러와 224만 달러 상당의 집을 매입한 뒤 얼마 안돼 장모 윤모씨가 신탁관리인으로 있는 법인으로 넘겼다.

검찰은 주택 구입 자금 출처를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명의나 계좌 등을 빌려 준 재용씨의 장모와 부인, 처제는 최근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외국환관리법 위반이나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재용씨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서울 이태원동 고급 빌라 3채를 매입한 정황도 확인해 압류 조치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최근 추징금 자진 납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재용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만큼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재용씨에 대해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의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조사 후 재용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조만간 재국씨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관련 수사는 최소 1∼2개월은 더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