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이영훈] 다문화거리 隨想

입력 2013-09-03 17:53


얼마 전 경기도 안산시 다문화거리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분명히 그곳이 대한민국 땅인데도 많은 외국인과 다양한 이국적 문화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보며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약 44만명), 도내 외국인 규모가 전년 대비 3.7% 증가했으며, 31개 시·군 중에서 외국인이 1만명 이상 거주하는 지역이 15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외국인 거주자가 날로 증가해 단일 민족국가라는 이야기를 더 이상 강조할 수 없게 되었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결혼이주여성 등을 포함, 150만명에서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거류민이 전체 인구의 3%를 넘어서는 다민족,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기에 이르렀다.

마음 열고 예수님 사랑 베풀어야

이는 우리와 종교 문화 언어 습관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문화 사회가 현실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부작용과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극복하면서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 가느냐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다.

이주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자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엘리트이지만 경제적 문제로 우리나라에 와서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 중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 많다. 외국인 유학생들도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면 사회지도층이 될 인재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앞마당에 찾아온 손님이자 민간 외교를 펼칠 대상이고, 선교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고 있는 현실을 본다. 그들이 우리말을 잘 못하고, 피부색과 생김새가 우리와 다르며, 힘든 업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도 1905년 일제의 농간으로 1033명의 조선인이 멕시코의 ‘애니깽’ 농장에 팔려갔고, 1960년대 이후 독일 미국 중동 등지에서 근로자로 일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일해야 하는 ‘경제적 난민’의 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우리보다 더 약한 자들의 고통을 살피고 돌봐야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코끼리가 다 노쇠해 더 이상 코끼리가 자연증가할 수 없던 상황에서 관계자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멸종위기에 처한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간 교역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리랑카 대통령의 선처로 작년 초 ‘젊은’ 암수 코끼리 한 쌍이 스리랑카에서 선물로 오게 된 것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을 가족처럼 아끼고 보살핀 한 목회자의 헌신에 대한 보답이었다.

성경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음을 강조한다(창 1:26∼27). 따라서 외국인들을 노동력이라는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더욱이 이주외국인들은 아직 복음을 접하지 못해 본, 타종교권에서 온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국교회, 사회통합에 공헌하길

그러므로 우리가 먼저 이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풀고 선한 영향력을 증대시켜나가면 그들도 감화받아 마음의 장벽을 허물게 될 것이고, 한국에 대한 우호적 자세뿐 아니라 기독교 신앙에 대해 열린 마음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바로 이것이 한국 교회가 다문화시대를 맞아 사회적 통합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이다.

한국 교회가 전 세계를 향해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땅에 자발적으로 찾아온 손님인 이주외국인들을 믿음과 사랑으로 감화시켜나감으로써 그들이 변화되어 자국으로 돌아가 신앙을 가진 유능한 지도자로 우뚝 서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와 그들, 그리고 대한민국과 그들의 조국, 더 나아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더 없이 중차대한 과제일 것이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