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왕·철강왕 두 거목이 남긴 위대한 유산… ‘두 광인 이야기’
입력 2013-09-03 17:26
두 광인 이야기/유승관 지음/생명의말씀사
사랑의교회를 세운 옥한흠 목사가 우리 곁을 떠난 지 3년 됐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고인이 걸어온 ‘은혜의 발걸음(은보·恩步·옥 목사의 호)’을 잊지 못한다. 특히 그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국교회의 진정한 회개와 변화를 촉구하며 던진 메시지는 지금도 가슴을 울린다. “한국교회 지도자 여러분, 복음을 변질시켰다는 주님의 질책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중에 몇 명이나 됩니까? 입만 살았고 행위가 죽은 교회를 만든 책임은 너에게 있다고 질책하신다면 나는 아니라고 발을 뺄 수 있는 목회자가 몇 명이나 됩니까? 평양 대부흥의 진정한 기념은 복음을 변질시킨 죄를 놓고 가슴을 치는 목회자들의 회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2007년 7월 ‘한국교회 대부흥 백주년대회’에서·261쪽)
이 책은 옥 목사를 지근거리에서 30년간 보필한 그의 영적 제자가 썼다. 스승의 목회철학, 인간적 고뇌들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스승과 ‘철강신화’의 주인공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을 한 책에 담았다는 거다. 그리고 둘을 지칭하는 한 단어, ‘광인(狂人)’이다. 처음엔 어색한 듯 여겨진 이 말이 책을 덮는 순간에는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도 없다’란 생각을 들게 한다.
두 광인 이야기를 보려면 저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교전략가인 저자 유승관(SIM 국제컨설턴트) 목사는 젊은 시절 두 곳에서 청춘을 불태운다. 1977년 입사한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79년 12월부터 출석한 강남은평교회(현 사랑의교회)에서다. 그러니까 저자는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포스코맨으로, 또한 뒤늦게 목회자가 되면서 이들과 함께한 보기 드문 인물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광인일까.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일념으로 황량한 영일만 모래밭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오늘의 경제 한국을 있게 만든 철강왕 박태준. 한 영혼을 귀히 여기는 목양일념(牧羊一念)으로 영적 황무지에 제자훈련의 씨를 뿌려 한국교회와 세계선교에 건강한 영향력을 미친 설교왕 옥한흠. 한 사람은 철강에 미치고, 또 한 사람은 복음에 미쳐 마치 활화산처럼 뜨거운 광인의 삶을 살다 갔다.”
그렇다고 이 책이 철강왕으로서의 박 회장 업적을 소개하는 건 아니다. 그의 삶에 더 중요한 그 무엇, 바로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 박태준’을 이야기한다. 77년 포스코에 입사한 날부터 박 회장의 회심과 구원을 위해 기도한 저자는 92년 12월, 박 회장과 함께 방콕 수상시장을 돌며 떨리는 마음으로 ‘사영리’를 전한다. 또 박 회장에게 친필로 눈물의 전도 편지를 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박 회장을 중보한 또 다른 기도의 손길들까지, 그 열매가 19년 만에 맺혔다.
“박 회장이 ‘무너졌다’.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을 풀었던 것이다. 그 열쇠가 ‘뜨거운 기도’와 ‘계속해서 찾아왔다’는 것에 있다. 계속해서 찾아가는 것 속에 전도의 핵심이 담겨 있다.”(120쪽)
책은 두 광인을 이야기하지만 정확히 한 사람을 더해 ‘세 광인의 이야기’다. 박 회장과 옥 목사에 이어 세계선교에 미친 저자 유 목사다. 사랑의교회 파송 자비량 선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제자훈련의 영성과 직업의 전문성을 갖고 땅 끝까지 선교의 삶을 살도록 돕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소임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집념, 확신으로 가득 찼다. 광인으로 살지 않고서는 될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디에 미쳐 있는가. 한 영혼의 회심을 위해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미친 듯이 간구해 보았는가.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정말 그분께 죽도록 미쳐 살았는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세 광인’은 전한다. “복음을 위해 자신의 삶을 불사른 광인 사도 바울을 기억하라.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하는 바울처럼 선한 싸움을 싸우고 믿음을 지키라.”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