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진도에서 본 희망

입력 2013-09-03 17:26


7, 8월의 폭염 속에서도 많은 교회들이 곳곳에서 봉사의 손길을 펼쳤을 것입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도 백령도, 전북 진안, 그리고 전남 진도 등에서 섬겼습니다. 특히 지난달 13일부터 18일까지 진도에서 펼친 시즌 마지막 봉사활동은 어느 곳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폭염의 막바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매우 힘든 일들을 열정으로 섬기는 모습은 매우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환경이 좋은 곳에서 편안하고 재미있는 수련회를 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매년 여러 농어촌과 해외 선교지에서 온 몸을 불사르며 섬김의 사역을 감당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번에 둘러본 곳 중에 진도에서의 사역이 가장 열기 넘쳤습니다. 다른 사역지보다 힘든 일이 주어진 그곳을 찾았을 때 사역 현장은 젊은이들의 땀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진도 초사교회 예배당 건축을 마무리하기 위해 삽질과 곡괭이질을 하고 흙을 퍼 나르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황토 벽돌을 찍고 누군가는 서툰 솜씨로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해봤을까’ 싶은 일들에 그들은 온 몸을 던졌습니다. 뜨거운 날씨 때문에 하던 일도 접는 때에 이들은 비지땀을 흘렸습니다. 담임목사 입장에서는 그 힘든 일을 하는 청년들이 안쓰러웠고, 혹시 몸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또 어려운 일을 맡긴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땀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교회의 건강한 미래도 보았습니다. 이들이 장차 한국교회를 짊어지면서 나누며 섬기는 건강한 일꾼들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방학이면 스펙을 쌓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대학생들, 나만을 생각하고 이기적 욕망에 빠지기 쉬운 요즘 젊은이들과는 다른 건강한 의식으로 무장한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본 것입니다.

그 힘든 일에 함께 참여하여 땀을 흘렸던 청년 한 명이 주일예배 후 담임목사실로 찾아와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섬 교회를 섬기는 며칠 동안 농어촌교회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마음에 감동이 온 모양입니다. 진도 초사교회의 예배당 건축공사를 잘 마무리하도록 하고 싶다며 500만원을 헌금했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결혼을 위해 열심히 적금을 부어야 할 때에 온 몸으로 섬기고 돌아와서 또 이렇게 큰돈을 드리다니요. 마침 같은 날 한 젊은 부부는 첫아이의 돌잔치 기념으로 선교지에 우물을 파달라면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교회의 미래라고 믿습니다. 건강한 이들이 있는 한 교회는 온갖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든든히 서갈 것입니다. 뜨거운 여름에 젊은이들의 향기로운 땀 냄새를 맡으며 그 속에 감춰진 한국교회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