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꿈을 던지다… 너클볼을 사랑한 구단주 허민
입력 2013-09-02 18:39
“고양 원더스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기회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허민(37·사진) 구단주가 투구연습 8년 만에 마침내 마운드에 오르는 꿈을 이뤘다. ‘괴짜 구단주’로 불리는 허민 구단주는 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록랜드 카운티 프로비던트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13 캔암리그 뉴어크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허 구단주는 3이닝 동안 19타자를 상대하면서 홈런 1개를 포함해 5안타와 사4구 6개를 허용, 5실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미국의 독립리그인 캔암리그의 록랜드 볼더스 구단에 정식 선수로 입단했다. 1936년 창설된 캔암리그는 뉴욕 인근의 3개 팀과 캐나다 동부 2개 팀 등 5개 팀이 연간 100경기를 치르며 마이너리그의 싱글A 수준이다.
첫 번째 꿈의 무대는 혹독했다. 공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점이 인생과 닮아 너클볼을 좋아한다는 허 구단주는 데뷔전서도 너클볼처럼 변화무쌍하게 치렀다. 1회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준 허 구단주는 안타와 도루, 몸에 맞는 공, 2루타를 잇따라 허용하며 3실점했다. 3회에는 2점 홈런도 허용했다. 허 구단주는 4회 첫 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키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비운동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학생회장에 뽑혔던 허 구단주는 2001년 게임회사 네오플을 설립, 수차례의 실패 끝에 30억원의 빚을 떠안았지만 2005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로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야구팬들에겐 성공한 기업가보다 ‘야구광’ ‘괴짜 구단주’로 통한다. 네오플을 매각한 뒤 돌연 음악을 공부하겠다며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난 그는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적인 너클볼 투수 필 니크로에게 너클볼을 사사했다. 허 구단주는 시즌 종료를 앞두고 1∼2경기에 등판한 뒤 내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풀타임 출전에 도전한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