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약물 탄환’ 오명 벤 존슨, 이번엔 도핑 방지 홍보 위해 질주
입력 2013-09-02 18:50
“약물은 내 선수 인생과 명성을 망쳤고 내 몸에도 나쁜 영향을 줬습니다.”
세계 스포츠 역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약물 스캔들의 장본인 벤 존슨(52·캐나다)이 운명의 날(9월24일), 운명의 장소인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에 다시 선다.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25년 전과 정반대로 도핑 방지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호주에 본거지를 둔 스포츠 의류 브랜드 ‘스킨스’는 최근 출범한 도핑 방지 캠페인인 ‘올바른 길을 찾도록(#Choose The Right Track)’의 일환으로 존슨을 앞세워 세계 투어를 벌이고 있다. 존슨은 영국과 캐나다, 미국, 일본 등을 거쳐 오는 24일 서울 잠실의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참회의 시간을 갖는다. 존슨은 1988년 9월 24일 이곳에서 열린 서울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당시 칼 루이스(미국·9초92)를 앞질러 세계신기록인 9초79를 찍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구촌 육상계는 흥분에 휩싸였다. 하지만 일일천하였다. 이튿날 존슨이 금지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연히 금메달과 기록은 물거품이 됐고 존슨은 역대 최악의 ‘약물 탄환’으로 전락하며 영구 제명됐다. 지난 4반세기 동안 존슨은 끊임없이 재기의 몸부림을 쳤지만 허사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도도하던 모습은 간곳없고 180도 바뀐 입장에서 자신의 몰락이 시작된 그곳에서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존슨은 이날 서울올림픽 당시와 같은 6번 레인에 서서 약물 추방을 위한 더 강한 대책을 촉구하는 문구를 펴든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