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 활용… 스마트해진 벌초 대행서비스
입력 2013-09-02 18:27
이모(46)씨는 최근 몇 년간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벌초 문제로 속앓이를 했다. 경기도 가평 선산의 묘 5기를 손수 벌초해 왔는데 갈수록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고 힘에도 부쳤다. 그러다 지난달 ‘인터넷 벌초 대행 서비스’를 접하곤 무릎을 쳤다.
조상 묘를 남에게 맡기는 게 망설여졌지만 상담을 거쳐 포털사이트 위성사진으로 산소 위치를 업체에 전송했고 1만원을 할인받아 1기당 6만원을 결제했다. 업체는 사전답사를 거쳐 지난달 10일 2인1조 작업반을 이씨 선산에 보냈고, 벌초가 끝난 산소 사진이 이씨에게 이메일로 전송됐다.
이씨가 이용한 온라인 쇼핑몰은 2011년부터 국내 최초로 벌초 대행 서비스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신청 건수는 지난해의 4배에 달한다. 올해부터는 위성사진 전송제도가 도입했다. 벌초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김영범 대표는 “지번 검색이 가능한 포털사이트 지도를 활용하니 서비스가 한결 편리하다”고 했다. 그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1990년대 말에는 고객이 직접 벌초에 동행하거나 팩스로 손수 그린 약도를 받고 전화로 설명을 들어야 했다”며 “장소를 잘못 파악하기 일쑤여서 위치 파악에만 1∼2시간씩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벌초 대행 서비스가 해마다 성장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주변 지인 등에게 부탁하던 일이 전문화된 것이다. 농촌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벌초를 담당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터라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행업체의 고객층은 점차 젊어지고 있다. 쇼핑몰 관계자는 “온라인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부모 세대보다 20∼30대 자녀들의 구매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런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양모(40)씨는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전남의 선친 묘역을 직접 벌초한다. 양씨는 1일 “벌초는 단순히 묘를 다듬는 게 아니라 오랜만에 묘를 찾아 조상을 떠올리고 기리는 일”이라며 “요즘은 너무 편의 위주로 접근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