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지시로 대북 사이버 활동” 국정원 前심리전단장 증언

입력 2013-09-02 18:27

민병주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이 2일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심리전단의 일부 사이버 활동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로 이뤄졌다고 시인했다. 검찰은 해당 활동이 정치·선거 개입에 해당하는지 추궁했지만 민 전 단장은 대북 심리활동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민 전 단장은 “정보기관은 상명하복 체제로 지시와 보고가 생명이며, 국정원 기본 임무의 틀 안에서 원장 지시사항을 심리전단 활동에 반영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원 전 원장의 지시와 심리전단의 활동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원 전 원장 측 주장과 상반된다.

민 전 단장에 따르면 심리전단은 부서장 회의, 모닝 브리핑 등에서 원 전 원장이 강조한 내용을 주요 이슈로 선정하고 민 전 단장에게 보고했다. 민 전 단장은 이를 심리전단의 각 팀장에게 하달했고, 이후 요원들이 대응 논지를 준비해 활동했다. 민 전 단장은 활동 내역을 보고받은 후 원 전 원장에게 서면 보고했다고도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7일 무디스에서 한국 신용등급을 상승시키자 바로 다음날 심리전단이 이를 국정성과로 홍보한 정황을 지적하며, 대북 활동과 무관한 국정홍보 활동을 했는지도 추궁했다. 민 전 단장은 “확인이 필요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검찰은 이어 “4대강 사업 홍보 활동이 누구를 상대로 한 것인지 국정원 서류에서 삭제됐다”며 “대북 대응이 아니고 민주당이나 야당 등을 상대로 한 것이라 지운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민 전 단장은 “말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