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유품, 43년 만에 공개된다
입력 2013-09-02 18:51
전태일 열사의 유품이 43년 만에 공개된다. 전 열사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항의하며 1970년 서울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전 열사의 동생 태삼(63)씨와 연세대 박물관은 서울 도봉구 전씨 자택에 보관 중이던 전 열사의 유품을 이르면 이번 주부터 박물관이 분류하고 보존 처리한다고 2일 밝혔다. 이 유품들은 그동안 정리되지 않은 채 태삼씨가 서류가방에 보관해 왔다.
유품 중에는 전 열사가 1960년대 후반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며 기록한 노트 7권 분량의 일기가 있다. 일기의 일부는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의 기초자료가 됐다.
또 전 열사가 분신을 결심하고 동창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유서와 평화시장 재단사 모임 ‘바보회’ 회칙, 회의록, 당시 동료들의 노동환경을 직접 조사한 설문지 등도 포함돼 있다. 연세대 박물관 이원규 학예사는 “한국 노동운동의 맹아를 보여주는 귀한 자료”라며 “지금처럼 조직화하기 이전, 자발적인 동력을 토대로 한 소박한 운동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품은 3일 고(故) 이소선 여사의 기일 이후 박물관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보존처리가 끝나면 연세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기관과 보관을 논의하는 한편 기록유산 등재도 추진할 방침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