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전제품 공짜로 치워준다는데도… 귀막고 눈감은 ‘이상한 지자체들’

입력 2013-09-02 18:26


정부가 가정에서 버리는 대형 가전제품을 직접 방문해 무료로 수거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거나 일부 지자체가 시행을 거부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제는 각 가정에서 고장난 냉장고 에어컨 TV 등을 버려야 할 때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수거업체 직원이 찾아가 공짜로 처리해 주는 제도다. 주민들이 폐기 비용 3000∼1만5000원을 내고 무거운 제품을 직접 집 밖에 내놓아야 했던 불편이 해소된 것이다.

이 제도는 환경부가 지난해 도입했다. 납 수은 등 유해물질과 온실가스인 냉매가 포함된 가전제품이 무단으로 버려져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였다. 환경부는 당초 이 제도로 올해 온실가스를 7900t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다. 폐가전제품 처리 비용은 전액 가전제품 생산업체들이 부담한다. 올해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위니아만도 등 4개사가 부담한 비용은 63억원 정도다. 지난해 6월부터 서울시가 가장 먼저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대구 대전 부산 경기(일부 지역 제외)로 확대됐다. 광주는 이달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주민 반응도 뜨겁다. 서울시는 올 4∼6월 월평균 7170대 이용실적을 기록해 예상했던 6717대보다 400대 이상 많았다. 대구 역시 1542대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50% 많은 2319대를 기록했다. 7월부터 시작한 부산은 1∼15일 동안 3246건이 접수돼 예상량(1122건)의 3배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일부 광역단체에서는 홍보가 부족해 정착이 늦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올 4∼6월 월평균 1149대가 접수돼 예상치(1626대)에 크게 못 미쳤고, 대전은 936대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695대(74%)에 그쳤다. 지자체가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반상회, 지방언론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과 울산은 아예 사업 도입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기존 폐기물 수거업체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기존 업체와의 관계 때문에 주민 편의를 뒷전으로 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제도를 발의한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은 “연간 200억원에 달하는 가전제품 배출 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며 “자자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이 사업을 전국 읍면 지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방문수거제를 이용하려면 인터넷 홈페이지(www.edtd.co.kr)나 콜센터(1599-0903), 카카오톡(아이디 weec)에 신청하면 된다. 수거 대상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대형TV 등 길이나 높이가 1m 이상의 가전제품이다. 대형 제품 수거 때 컴퓨터 진공청소기 등 소형 제품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