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항모 시리아 인근 이동… 사우디 “美공격 지원”

입력 2013-09-02 18:10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하기로 하고 의회 승인을 기다리는 미국이 시리아 인근으로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 의회는 시리아 공격에 회의적인 반면 이 방안을 한 차례 부결시킨 영국에서는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앞세운 미 해군 전투단이 시리아와 가까운 홍해로 이동 중이라고 영국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구축함 4대와 순양함 1대를 포함한 니미츠호 전투단은 그동안 아라비아반도 남쪽 바다인 아라비아해에서 대기 중이었다. 아라비아해 서쪽에 위치한 홍해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사이를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비스듬히 가르는 좁고 긴 바다다. 홍해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해 시리아 앞바다인 동지중해로 진입할 수 있다.

동지중해에는 현재 토마호크 미사일 수백대를 탑재한 미 구축함 5척이 작전 명령을 기다리는 중이다. 미 해군은 지난 한 주 동안 동지중해 군사력을 두 배로 늘렸다. 니미츠호 전투단이 이들과 합세할 수 있는 홍해로 이동했다는 건 시리아 공격 준비를 의미한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항공모함 전투단을 그 역량과 존재감이 필요해질 지역에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알파이살 왕자는 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시리아 국민이 지지한다면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외무장관인 그는 “시리아 국민에 대한 잔학 행위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며 아랍연맹에 시리아 공격 지지를 촉구했다. 영국 독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잇따라 시리아 공격 불참을 선언하면서 미국은 단독 공격을 고려 중이었다.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스웨덴 과학자인 아케 셀스트롬 유엔 조사단장에게 전화해 시리아에서 수집한 화학무기 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 달라고 당부했다. 반 총장의 독려는 오는 9일 열리는 미국 연방 의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시리아 공격 동의안을 심의하기 전에 분석을 마쳐 달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 의회는 시리아 공격에 대체로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적지 않은 위험을 내재한 데다 정부 역시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재니스 한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모든 의원이 표결에 참여할지도 모르겠다”며 “나는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영국에서는 시리아 군사 개입 여부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미국 정부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공개한 만큼 영국 의회가 시리아 공격 방안을 부결시킨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이유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만약 (화학무기 공격이) 시리아 정부 소행임을 입증하는 새롭고, 더 나은 증거가 있다면 영국 정부가 의회에 새로운 조치를 요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