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목동 식품의약품안전처 서울지방청. 유해물질분석과 이남경 보건연구사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사온 갈치를 갈아 특수 비커에 담고 고순도 게르마늄 반도체 검출기에 넣었다. 검출기와 연결된 방사능 검출 스펙트럼에 결과가 떴다. 미검출. 검사 과정을 시연한 식약처 윤혜정 과장은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은 이런 검사를 모두 거친다.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참석한 소비자단체 대표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본 방사능 공포…수습 나선 정부=식약처는 이날 소비자단체를 대상으로 ‘방사능 안전관리 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방사능 검사 및 수입 수산물 검역 과정을 시연하고 정승 식약처장은 수산시장에서 회까지 먹었다. 물론 국내산 회였지만 수산물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자 정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검사 시연이나 회 먹기 이벤트가 국민 불안을 잠재울지는 의문이다. 애초 소비자들의 공포가 정부로부터 안전을 보증받은 ‘방사능 기준치 이하 검출 수산물’에 대한 불안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기준치 이하 방사능이 포함된 수산물을 당신은 기꺼이 먹겠는가. 이 질문에 대해 국내 소비자 대다수는 고개를 젓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 수산물 검사 어떻게=식약처는 현재 일본산 농수산물과 가공식품을 들여올 때 일본 정부로부터 검사증명서 혹은 생산지증명서를 받고 있다. 또한 수입품 박스의 표시 사항을 점검하고 수출 송장도 확인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방사능 정밀검사도 시행하고 있다. 2011년 3월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일본산 수입식품 6만6857건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 방사능이 기준치를 넘은 부적합 수산물은 없었다. 수산물 1만3212건 중 131건에서 2∼5베크렐(Bq/㎏) 수준의 방사능이 미량 검출됐다.
문제는 방사능이 미량 검출된 수산물이다. 방사능 기준치를 넘지 않아 시장에 유통된 물량은 지난 2년간 3011t이다. 누군가 3000t이 넘는 ‘미량 방사능’ 수산물을 먹었다는 얘기다. 국내 유통 구조 특성상 다수는 ‘미량 방사능 오염’ 사실은 물론 일본산이라는 것조차 모른 채 소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정부 발표에도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방사능 미량, 안전한가?=설명회에 참가한 한국원자력의학원 진영우 박사는 ‘기준치 이하 미량 방사능’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가 소비자단체 대표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김연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은 “방사능이 극미량이라도 검출된 수산물은 국민불안 해소를 위해 유통을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장도 “누가 방사능에 오염된 생선을 먹고 싶어 하겠나. 국민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량 방사능의 안전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국가가 정하는 방사능 기준치라는 것은 의학적 안전치가 아니라 관리 기준치”라며 “방사능 피폭량과 암 발생률은 비례한다. 방사능이 들어 있는 음식은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공학 전문가들은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식품 전문가들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모 국립대 식품공학과 한 교수는 “현재 방사능에 대한 우리 기준 100베크렐(Bq/㎏)이 절대 낮은 게 아니다”면서도 “지금 기준을 갖고 문제가 있다, 없다 얘기하는 건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반감기가 긴 데다 장기 추적연구가 거의 없는 방사능의 특성상 ‘안전한 수준의 방사능’에 대해 누구도 선뜻 자신 있게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편에서는 기존의 수입 규제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수산물은 여러 해안에서 잡혀오기 때문에 일본산, 중국산으로 분류하면 특정 지역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다”며 “일본산 수산물도 지역을 세분화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수산물 안전한가] 식약처 ‘검사 시연’했지만… 주부들 “못믿어” 불신 심각
입력 2013-09-03 01:35 수정 2013-09-03 0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