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물가-지표 물가 격차 주범은 ‘화장품 세일’?

입력 2013-09-02 18:01


장바구니 물가는 뛰는데 지표 물가는 제자리인 ‘엇박자 물가’가 계속되고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연속 1%대 안정세를 보인 반면 농산물 등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품목은 큰 폭으로 올랐다. 생활물가 품목들의 가중치가 낮아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1.3% 상승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 11월(1.6%) 이후 1%대 저물가 현상이 이어진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1.0%)과 6월(1.0%)에 외환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7월(1.4%) 반짝 올랐지만 다시 상승폭을 줄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의 특징은 농산물 가격과 공공요금이 올랐는데도 전체 상승률이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호박(64.0%), 토마토(48.4%), 배추(42.8%)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2.3% 상승했다. 폭염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전기·수도·가스 가격도 3.4% 올랐다.

생활물가가 뛰는데도 물가가 안정세인 이유는 뭘까. 통계청은 ‘화장품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화장품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10.1%나 하락하면서 공업제품은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화장품 업계의 세일 기간이 길었고 폭도 컸다”며 “화장품 가격 하락이 농산물 가격 상승 효과를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생활물가와 밀접한 품목들의 가중치가 낮은 탓이다. 통계청은 481개 품목을 대상으로 일정한 가중치를 반영해 소비자물가 통계를 발표한다. 소비자물가 가중치 1000에서 농산물 51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43.5에 불과하다. 전기·수도·가스는 48.3, 집세는 91.8로 모두 100을 밑돈다. 최근 일제히 가격이 오른 품목들이다. 화장품은 11개 품목의 가중치가 12.6이다. 지난달 가격이 13.8% 하락한 선크림의 가중치는 2.4인데 비해 배추의 가중치는 1.7에 불과하다. 화장품 가격 변동이 농산물 가격 변동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비현실적인 통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 동향에 나타난 지출 구조를 분석해 농산물 등의 식료품 가중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중치를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편 작업이 연말쯤 이뤄질 예정이어서 체감물가와 통계 사이의 괴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