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체포요구서 제출] “준전시 아닌 전쟁” 3월초 RO 조직원에 3대지침 하달

입력 2013-09-02 18:00 수정 2013-09-02 22:31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2일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서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전쟁 대비 지침을 하달하는 등 내란음모를 꾀했다고 적시했다. 또 전쟁상황 시 국가 기간시설 파괴 및 요인암살 등 폭동 방안을 지하혁명조직(RO) 조직원들과 함께 모의했다고 밝혔다. 또 기존에 알려진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찬양·고무 위반 외에 내란선동 혐의가 추가됐다.

◇이석기, “준전시가 아니라 전쟁이다”=공안 당국에 따르면 RO 총책임자인 이 의원은 현 한반도 정세를 ‘전쟁상황 임박’으로 판단했다. 특히 북한이 지난 3월 5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직후 조직원들에게 ‘전쟁 대비 3대 지침’을 하달했다.

조직원들에게 내려진 지침은 ①비상시국에 연대조직을 빨리 꾸릴 것 ②광우병처럼 대중을 동원한 선전전 실시 ③미군기지, 특히 레이더 기지나 전기시설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수집 등이다.

이 의원은 북한의 전쟁상황 조성 시 이에 호응하는 혁명적 결의를 다지는 ‘세포단위별 결의대회’를 개최하라고 지시했다. 전시가 임박했으니 정신무장을 하라는 것이다. RO 경기중서부권역 지역책인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의 경우 지난 4월 5일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조직원들과 함께 북한 영화 ‘월미도’를 시청하면서 결의대회를 가졌다.

◇1·2차 비밀 회합 주도, “최후에는 군사적으로 결정”=이 의원은 5월 8일 전체 조직원 소집령을 발령하고 이틀 뒤인 10일 밤 10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청소년수련원’에 집결할 것을 지시했다. 조직원들이 정신무장을 했다고 판단하고 ‘혁명수행 방법’을 찾기 위한 제1차 비밀 회합을 개최했다는 것이다. 조직원 13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 의원은 “현 정세는 혁명과 반혁명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에서 정전협정을 무효화했다. 우린 준전시가 아니라 전쟁(상황)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근래 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술에 취해 참석하자 기강해이와 장소의 보안상태 등을 질타한 뒤 10분 만에 해산시켰다. 이 의원은 “또 소집령이 떨어지면 정말 바람처럼 와서 순식간에 오시라”며 “아이는 안고 오지 마시라. 전쟁터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제2차 비밀 회합은 5월 12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강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도 130여명의 조직원이 모였다. 2차 비밀 회합은 4시간 동안 진행된 만큼 1차 비밀 회합과 달리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됐다.

이 의원은 조직원들에게 “(현 정세는) 혁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위기가 아니라 강력한 혁명의 계기”라며 “조국통일, 통일혁명은 남북의 자주역량에 의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무력과 남한의 반민자주화 투쟁이 결합함으로써 남한 사회주의 혁명이 실현된다’는 NL 주사파의 혁명론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안 당국은 해석하고 있다.

또 홍 부위원장이 조직투쟁 방향을 묻자 이 의원은 “역사적 경험과 조선반도에 진행된 결과를 보면 최후에는 군사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대화보다는 군사적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11총선, 대담한 혁명의 진출”=이 의원은 2차 비밀 회합 강연에서 지난해 4·11총선에서 진보당의 의석이 늘고, 자신이 국회의원이 된 것을 가리켜 ‘혁명적 진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 제국주의의 낡은 양당 질서라는 체계를 끊어뜨리고 새로운 인식의 구도를 밑으로부터 해서 우리 진보당을 만들었다”며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그런 전략적 구도 하에서 대담한 진출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또 심리전·사상전이 중요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맞춰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연이 끝나자 조직원들은 권역·부문별로 약 1시간 동안 토론을 갖고 새로운 형태의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공안 당국은 밝혔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미 제국주의 세력을 타도하기 위해서는 무장투쟁을 해야 한다는 북한의 대남 혁명론이 담긴 ‘한 자루 권총사상’을 설파했다. ‘한 자루 권총’은 6·25전쟁 중이던 1953년 11살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고사령부 작전실에서 아버지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물려받은 권총을 말하며 김일성 부자의 선군정신을 상징한다.

이 의원은 볼셰비키 혁명으로 러시아 차르 체제가 전복된 것처럼 남한사회를 전복하기 위한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하고,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봉기할 것을 독려했다. ‘물질적·기술적’ 준비로 해석되는 예를 들기도 했다. 이 의원은 보안 사항임을 전제한 뒤 “A라는 철탑이 있다고 하자. 그 철탑을 파괴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에 대한 매뉴얼도 공식도 (인터넷에) 떴다고. 관심이 있으면 보이기 시작한다. 관심 없으면 주먹만 지르는 거다”고도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기영 김동우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