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줄어 혜택 줄인다더니… 얄미운 카드사 순익 되레 늘었다
입력 2013-09-02 17:46
카드사들이 실제로는 수익이 늘었는데도 부가서비스를 대폭 줄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이 크게 줄었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과 달랐다. 심지어 카드사들은 매출이 많은 일부 대형가맹점에 수수료를 깎아주는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돈 더 벌었는데도 부가서비스 혜택은 줄여=2일 금융감독원이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부가서비스가 줄어든 카드는 25개였다. 혜택이 줄어든 채 이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은 무려 1874만명에 달했다.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혜택에 대폭 손을 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 급감이다. 카드사들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32% 줄어 부가서비스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카드사의 실적 부진은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을 올려 준 주식 대량매각 이벤트가 사라진 효과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주식매각으로 거둔 이익 5350억원을 제외하면 카드사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올 해 돈을 더 많이 벌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식매각과 행복기금 채권매각이익 등 비경상적 요인을 제외한 올 상반기 카드사 순이익은 8063억원으로 전년 동기(7967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카드사들이 우려했던 가맹점수수료 이익은 1322억원 감소에 그쳤다. 당초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으로 인해 중소가맹점의 수수료를 대폭 내려줘 연간 8000억원의 손실이 생긴다며 엄살을 피워 왔다.
◇편법으로 대형 가맹점 수수료는 깎아줘=신용카드 매출이 클수록 수수료를 내려받는 관행은 여전법 개정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여전법 개정안은 카드 가맹점 규모에 따라 중소 가맹점은 수수료를 내려주고, 수익이 큰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받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법 개정 취지는 실제 계약에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 모습이다. A카드사 실무자는 “대형마트 등과 계약할 때 수수료율을 첫 계약보다 낮게 받는 편법으로 ‘슬라이딩 계약’을 한다”며 “일정 판매고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일정 기간동안 수수료율을 적게 받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실무자는 “슬라이딩 계약을 하면 가맹점은 거액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고, 카드사는 해당 가맹점에서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이는 여신금융협회의 통계로도 증명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A카드사는 신용카드 매출액이 2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인 가맹점의 35.58%에게 2.4∼2.7% 수수료를 부과했다. 이 구간에서 2.10% 이하로 수수료를 내는 가맹점은 29.5%에 그쳤다. 반면 신용카드 매출액이 10억원이 넘는 가맹점은 단 2.85%만이 2.4∼2.7%의 수수료를 냈다. 절반이 넘는 54.71%는 2.10% 이하의 수수료만 물면 됐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카드사 종합검사 시 이러한 슬라이딩 계약에 대해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내려주고 다른 가맹점에서 부당하게 이득을 거둬 충당하려는 것은 아닌지 등을 검사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슬라이딩 계약은 예전부터 있었던 관행”이라며 “여전법에 맞지 않게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내려받는 카드사가 있다면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모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