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체포요구서 제출] 李 “北은 강성대국, 南은 미국 식민지” 강연… ‘적기가’ 등 수시 제창
입력 2013-09-02 17:46
체포동의요구서에 명시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이적동조, 북한 찬양 행위다. 이 의원 등 지하혁명조직(RO) 조직원들이 수차례에 걸쳐 ‘혁명동지가’와 ‘적기가’(赤旗歌), ‘동지애의 노래’를 제창했고, 특히 이 의원은 “북한은 강성대국, 남한은 미국 식민지”란 취지의 강연도 벌였다. 이런 사실을 놓고 북한의 대남혁명론처럼 ‘자주·민주·통일 투쟁’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체제의 건설을 주장했다는 게 2일 공안당국의 해석이다.
체포동의요구서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해 3월 8일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의 한 건물에서 자신의 국회 진출을 위한 ‘지지 결의대회’에 참석해 혁명동지가를 불렀다. 노래는 김일성 주석의 동만주·장백산 일대 항일독립운동을 빗대 청년들에게 미제(美帝)에 맞서 혁명투쟁에 나서자는 내용이다. 1998년 ‘북한의 자주·민주·통일 노선을 선전하고, 반미자주화투쟁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이적표현물로 판시됐다.
이후 같은 해 5월 3일과 6월 21일 용인시 모 대학 대강당 등에서도 같은 노래를 불렀고 이 의원은 “공안세력의 탄압이 있더라도 진보정치를 하자”는 의미의 발언도 했다.
같은 해 8월 10일에는 경기도 광주시 한 수련원 대강당에서 RO 등 350여명의 조직원을 모아놓고 30분짜리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북은 강성대국으로 후계구도가 안정화되고, 한반도의 냉전질서는 붕괴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중심의 일국체계는 몰락하고 있다”고 했다. 또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혁명적 낙관주의와 전투적 기상으로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 진보집권 시대를 맞이하자”고 말했다.
공안당국은 “북한이 혁명의 수뇌부에 대한 맹목적 복종을 강요하기 위해 사용한 주장·구호를 인용했다”고 판단했다. 이 자리에선 6·25 전쟁 당시 인민군이 군가로 사용한 적기가, 혁명가요인 동지애의 노래도 합창했다. 공안당국은 “피의자 이석기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하고 동조했다”고 명시했다.
한편 이 의원은 진보당이 정권을 잡기 위한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14년 광역, 2016·2020년 총선에서 제1 진보야당을 구성하고 2017년 집권의 서막을 올리자”고 했다. 당시 심상정 의원, 유시민 전 국민참여당 대표 등과의 분당 조짐에 대해선 “당내 종파 기회 세력을 척결하는 투쟁”이라고 규정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