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 칼럼] 고 옥한흠 목사가 남긴 말들
입력 2013-09-02 17:24
태풍 곤파스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2010년 9월 2일 8시43분에 사랑의교회 설립자 옥한흠 목사는 이 땅을 떠났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3주기를 맞아 고인이 했던 말들을 추적해 보았다. 사람은 떠나도 생전에 했던 말들은 살아 있다.
그가 평생 동안 붙들었던 단어는 본질이었다. 목회자들에게 본질의 목회를 펼칠 것을 당부했다. “바로 목회해야 한다. 본질에서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 본질을 떠나 인기만 구가하면 교회는 커질지 모르지만,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을지 모르지만 하나님 앞에서 당신이 받을 상은 없어질 것이다.” 본질을 붙든 목회자는 언제나 한 사람을 바라본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의 변화가 본질’이라며 ‘한 사람 철학’을 주창했다. 평신도 제자화에 진력했던 그는 예수님처럼 사는 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제자훈련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모든 표준은 예수님으로 귀결됐다. 그는 늘 이 시대 목회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교인 천명만 모여도 목사는 제왕이 되어 버린다. 잠깐만 긴장을 늦추어도 목회자가 하나님이 영광을 가로챌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다. 바울은 ‘각 사람’을 위해 생명을 걸었다. 그가 생명을 걸고 목회한 사람은 천 명이 아니었다. 수백 명도 아니었다. 한 사람이었다. 한 영혼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목회자의 양심이다. 하나님의 권위는 섬기는 데서 나오는 것이지, 다스리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고인은 평생 한국교회의 ‘잠자던’ 평신도들을 깨워 목회의 동반자로 삼으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 목회자의 의식변화를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목사의 권위는 직분과 기능의 권위이지, 신분의 권위가 아니다. “목사 안수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그것은 분명 평신도와 가름하는 신분의 권위 부여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목사들이 이 부분을 오해하여 평신도들에게 열등감을 심어 주고 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그리스도의 몸이 잘 움직이도록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목회다. 때문에 교회의 지도자가 교회를 병들게 한다면, 그가 받아야 할 심판은 얼마나 크겠는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은 신랄했다. “한국교회가 세상에서 제구실을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가정에서 제구실을 하고 있는가? 숫자놀음에 빠져 스스로의 문제를 볼 수 없는 장애를 안고 있는 것이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교회가 있음으로 인해 사회가 도움을 받는 부분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라.”
이 시대 크리스천들에게 현실을 부둥켜안고 고민할 것을 촉구했다. “고민해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 안에 우리의 가슴을 까맣게 타게 하는 가슴 아픈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가. 믿는 사람들의 세계에 얼마나 많은 부조리와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목회자들의 세계에 주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원인에 대해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하나님의 교회가 교회 되게 해야 한다. 관행을 거부해야 한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고인 역시 연약한 인간이었겠지만 그의 말들은 결코 잊어버릴 수 없다. 그의 말은 우리를 아프게도, 정신을 번쩍 들게도 한다. 고인이 떠난 지 3년. 현실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교회에 대한 문제점이 워낙 불거져 나와 이제는 더 이상 불편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고 옥한흠 목사와 같이 아프지만 정신 번쩍 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른들도 점점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