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용백] ‘黃土 논쟁’의 시사점

입력 2013-09-02 17:32


적조(赤潮)가 거의 50일 만에 소멸되고 있다. 붉었던 바닷물이 다시 본디의 푸른빛을 되찾고 있지만 피해를 입은 양식어민들은 쓰린 가슴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다시 어패류 종묘(種苗)를 뿌린 뒤 꼬박 4년을 길러야 상품가치가 있는 어패류를 출하할 수 있어서다.

올해 적조는 기록적인 폭염만큼이나 기승을 부려 10년 만에 동해시 부근까지 올라갈 정도였다. 피해액은 1995년 764억원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조 대응방법을 놓고도 올해는 퍽이나 시끄러웠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1996년부터 관행적으로 진행돼온 황토 살포의 적합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전남도는 황토 살포가 효율성이 낮고 바다 생태에 유해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원시적인 방법이라고 반대했다.

적조 창궐 때 논쟁 재연 가능성

정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황토만한 적조 구제물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남도는 황토 살포 대신 전해수 처리기와 선박을 이용한 수류(水流)로 적조를 퇴치하겠다고 고집했다. 전해수는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생성된 산성수를 적조에 뿌려 없애는 방식이다. 수산과학원과 일부 전문가들은 강산(强酸)을 뿌린 것과 같아 중성화 과정을 추가하지 않을 경우 바닷물 산성화를 가속시키고 패류를 부식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남도의 방식은 이번 적조현상에서 확실히 검증되지 못했다. 전남 해역에 냉수대가 형성되면서 수온이 20도에 머물러 적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적조가 기승을 부릴 때 다시 황토 살포에 대한 시비와 전남도의 방법이 적절한지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황토 논쟁을 단순히 일과성으로 간주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황토 살포가 최선의 해결책인 양 이를 강제하는 정부의 태도를 교정할 필요가 있다. 황토 살포 대신 전해수 처리기 사용이나 양식어류 방류 시스템 도입 등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올해는 황토 살포를 자제하고 연구를 통해 보다 적절한 방법들을 찾아보는 원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적조 방제 연구는 이미 선진국들이나 국내에서 다양하게 진행돼 상당한 성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적인 방안이 마련됐을 경우 실용화 단계의 많은 시간과 어마어마한 예산은 걸림돌이다. 해양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장기적이고도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토 논쟁은 이런 적조 연구의 현주소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남쪽은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기상학자들의 분석이 나온 지 꽤 된다. 여름도 길어지는 상황이다. 폭염, 수온 상승, 잦은 비로 인한 퇴적물의 바다 유입 등이 바닷물의 부(富)영양화를 촉진한다. 그만큼 유해 적조생물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적조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때임을 의미한다.

실용화 연구기반 확충 절실해

황토 논쟁에서 벗어나 황토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할 수 있어야 효과적인 적조 대처를 실현할 수 있다. 국내 한 적조 전문가는 “선진국은 예산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연구를 하는데 우리의 경우 이슈가 되면 예산이 커지고 아니면 줄어드는 등 연구기반이 확립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적조로 인한 피해액이나 보상액을 고려하면 연구예산을 확충해 실용화가 가능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게 합당하다. 정부가 지자체와 다투고 전문가들은 각자의 연구 결과와 이론을 내세워 혼란을 부추길 이유도 없을 듯하다.

적조는 더위가 물러가 수온이 내려가고 태풍이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바닷물을 뒤엎으면 자연히 사라진다. 그렇다고 마치 천수답을 경작하는 농부처럼 자연변화만을 학수고대하는 건 너무 나태하고 후진적이다.

김용백 사회2부장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