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육대란 다가오는데 정부·서울시는 힘겨루기만

입력 2013-09-02 17:28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벌이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기싸움에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의 자치구들이 보육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이달부터 무상보육이 중단될 위기이지만 양측은 서로 힘겨루기만 할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처지다. 보육대란이 현실화되기 전에 하루 빨리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정부로부터 추가지원금을 받은 강남·서초·종로·구로·중구 등 5개 구와 재정상태가 나은 편인 용산·양천·송파·강동구 등 4개 구를 제외한 16개 자치구가 9월분 보육예산(양육수당+보육료)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자치구들도 다른 사업비 전용을 통해 최대한 보육예산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9월이나 10월 이후에는 대책이 없는 상태여서 미봉책에 불과하다.

무상보육 재원 문제는 지난 3월 여야 합의로 지급 대상이 0∼5세 전 계층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이미 예견됐다. 올해 서울시가 편성한 무상보육 예산은 6948억원인 반면 서울시에 필요한 무상보육 예산은 총 1조656억원으로, 3708억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의 복지예산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정부가 무상보육 지원 대상을 대폭 늘리면서 추가 부담 비율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무상보육 대상 확대에 따라 확정된 정부 추가지원금 1355억원을 조속히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보건복지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서울시에 추경 편성을 요구하며 지급하지 않고 있어 사태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책임전가에 급급해하는 동안 영·유아를 둔 시민들은 좌불안석이다. 중요한 것은 무상보육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한 발짝씩 양보해 해법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세출 구조조정을 하는 한편 정책효과를 면밀히 점검해 필요에 따라 정책을 수정 보완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