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산물 소비 위축 막는 길은 수입금지 확대뿐

입력 2013-09-02 17:32

검역체계와 인력 보강하고 원산지 허위표시 막아야

일본 원전사고의 후폭풍으로 일본산뿐만 아니라 국산 수산물 소비까지 급감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여전히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원산지 표시위반 행위에 대한 범정부적 단속을 실시하고, 남해안 해수의 방사능 오염도 조사 결과를 예정보다 앞당겨 추석 전에 발표하기로 했다. 특히 수산물 검역을 맡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은 2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생선회를 먹고, 방사능 검사 과정을 시연했다. 그러나 뒤늦은 전시성 행사가 만연한 수산물 공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방사성 물질의 기준치가 있지만, 나라마다 천차만별인 데다 기준 이하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예방의학자들은 노출된 방사능이 극미량이라도 암이나 유전적 영향의 발생 가능성이 낮아질 뿐이지 0%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각국의 방사능 기준치는 안전 기준이 아니라 상업적 관리 기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지난 7월 9일까지 수입된 1만2588건의 일본산 수산물 가운데 방사능이 검출된 130건이 모두 기준치 이내여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수산물 검역은 100상자 가운데 무작위 추출한 2상자의 샘플에 대해서만 실시된다. 또한 수산물의 경우 농산물과 달리 부패할 우려 등으로 분쟁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방사능이 검출되더라도 기준치 미만이면 바로 유통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통관이 보류된 일본산 수산물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게 왠지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본산 수산물의 대부분은 임시 검사소인 부산 감천항 직원 8명이 전담 검사하고 있다. 올해 처(處) 승격과 함께 수산물 검역 업무를 넘겨받은 식약처는 이를 정식 직제로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안전행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산지 표시와 단속체계도 여전히 믿을 수 없다. 7월 28일부터 음식점 등에서 파는 수산물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이 기존 6개에서 9개로 늘었지만, 식당 가운데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행태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 때문에 국산 수산물 소비마저 줄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와중에도 일본 수산물 수입은 늘고 있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에 따르면 올 7월 말까지 일본산 수산물의 양은 1만5207t으로 전체 수입 수산물 47만8215t의 3.2%를 차지해 지난해의 2%보다 크게 늘었다. 만약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면 일본 수산물 수입이 늘어날 수 있었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인근 13개 현의 농산물·가공식품 26종과 8개 현의 수산물 50종에 대해서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가 금지하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가 스스로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것들이다. 중국은 일본 10개 현, 대만은 5개 현의 모든 식품에 대해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 수산물의 유통과 원산지 허위 표시를 원천 차단할 능력이 없다면 수산물 소비 위축을 막는 길은 수입금지 확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