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 진보당만 보이지 않나

입력 2013-09-02 17:31

통합진보당 전국지역위원장들이 2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을 규탄했다. 같은 날 홍성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의 녹취록은 심각하게 왜곡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고, 지난 5월 12일 ‘서울 합정동 모임’에 참석했다는 당 관계자 5명도 기자회견을 통해 홍 대변인과 유사한 주장을 폈다. 앞서 1일에는 이상규 의원이 국정원이 당 관계자를 매수해 사찰해 왔다고 폭로했다. 이렇듯 진보당은 거의 매일 ‘긴급’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을 갖고 있다. 내란음모 파문이 커지면서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졌다는 점을 진보당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이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는 하나하나 베일을 벗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요구서에 첨부된 범죄사실에 따르면 이 의원은 조직원들에게 동시 다발로 전국적인 전쟁을 준비하자면서 각자의 직장이나 활동장소를 ‘제국주의 상대 전쟁의 초소’로 삼아 투쟁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도 혁명투쟁의 교두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3월에는 전쟁이 임박했다면서 미군의 레이더기지 등 주요시설에 대한 정보수집 등 전쟁 대비지침을 시달했다고 국정원과 검찰은 밝혔다.

사실여부가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흘러야겠지만, 이러한 경악스러운 내용이 바로 내란음모 사건의 본질적 혐의라는 점은 분명하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그것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북한을 위한 전쟁 준비에 혈안이었다니 참으로 믿기 힘든 일이다.

진보당은 ‘날조·왜곡’에 이어 내란음모 수사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국민들 시선은 싸늘하다. ‘혁명투쟁’ ‘전쟁준비’ ‘총기확보’ 등 이 의원의 언급에 대해 진보당조차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한 채 본질과 상관없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사건 발생 초기 ‘상상속의 소설’ ‘합정동 모임은 없었다’고 강변하다가 녹취록이 보도된 이후에야 모임을 인정하는 등 말을 바꾼 점도 의구심을 키웠다. “나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는 이 의원의 궤변은 코웃음만 자아냈다. 진보당은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민주당도 사찰했을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마저 이 의원에게 국회의원 특권을 버리고 수사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진보당의 처지는 한마디로 고립무원이다.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진보당이 자초한 결과요, 태생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진보당의 실세로 통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무조건 이 의원을 감싸려 드는 건 진보당 전체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