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협착증, 방치하면 하반신 마비 부른다
입력 2013-09-02 17:08
김모(65) 할머니는 요즘 들어 손주 돌보는 일이 부쩍 힘에 부친다. 조금만 걸으면 다리가 터질 듯 아파 왔고 엉덩이부터 시작된 다리 저림은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이어졌다. 결국 병원을 찾은 김 할머니의 진단명은 척추관협착증. 허리 신경이 압박되면서 다리 통증을 일으켰던 것이다.
◇척추관협착증 방치하면 하반신 마비-배뇨장애까지 초래= 척추에는 신경다발이 모여 있는 척추관(척추뼈 가운데의 빈 공간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이 있는데 이 척추관이 퇴행성 변화를 일으켜 신경들을 압박하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척추관협착증이다. 50대 이상에서 허리통증과 함께 다리 저림을 호소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은 허리를 구부리면 일시적으로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완화되지만, 반대로 허리를 뒤로 젖히면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증상이 심해지면 수술 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김주현 세바른병원 대표원장은 “허리디스크는 디스크가 파열된 상태가 아니라면 수술이나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되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며 “따라서 이를 방치하면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압박해 다리에 심각한 통증을 유발하고 점점 증상이 심해져 하반신 마비나 대소변 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술 필요한 환자는 5% 내외, 95% 이상 비수술로 치료 가능= 척추관협착증은 무조건 수술을 받아야 할까? 물론 아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최근에는 수술을 하지 않고도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척추 질환을 손쉽게 치료할 수 있다. 정성삼 세바른병원 대표원장은 “척추질환의 경우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는 5% 내외이고, 95% 이상 대부분의 환자들은 비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무조건적인 수술보다는 1차적으로 비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에 시행되는 비수술 치료는 크게 경막외내시경레이저시술, 고주파수핵감압술, 디스크내플라즈마감압술이 대표적이다. 이 비수술 치료법들은 별도의 절개 없이 질환이 발생한 병변 부위에 1∼1.5mm의 관(카테터)을 주사기처럼 찔러 넣어 시술하는 방법으로 특수약물이나 고주파, 플라즈마광 등을 이용,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는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고 유착이 생긴 부분을 박리 제거,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힌다.
◇당뇨, 고혈압 환자도 시술 가능… 시술시간 20분, 당일 퇴원= 척추 비수술은 이처럼 절개가 거의 없고 척추 주변 근육이나 뼈, 신경 등의 손상 없이 병변 부위만 정확히 시술할 수 있기 때문에 시술 후 신경 유착이나 통증과 같은 후유증이 적다. 시술 시간도 20분 내외로 짧다. 또한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술 후 2∼3시간 정도 안정을 취하면 환자에 따라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 특히 당뇨, 심장질환,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나 고령환자, 기존 척추수술 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 역시 집도의의 경험과 시술 노하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주현 대표원장은 “비수술적 치료는 치료 과정에서 신경이나 주변조직이 상하지 않도록 환자마다 다른 디스크 상태와 염증, 유착 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의를 찾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주호 쿠키뉴스 기자 epi0212@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