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산업 발전하려면 원료 소재 개발 뒷받침돼야”
입력 2013-09-02 17:03 수정 2013-09-02 17:14
‘화장품 원료 80% 수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국민일보 쿠키미디어는 지난달 20일 ‘국내 화장품 원료 80%는 해외 수입,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18회 ‘고품격 건강사회 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와 관련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에 쓰인 생물자원 원료 중 수입원료는 78%, 국산원료는 22%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한국 화장품의 생물자원 해외의존도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수치입니다. 이에 따라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원료의 ‘국산화’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두됐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미디어는 국내 화장품의 원료 수입의존도에 대한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습니다.
◇일시= 2013년 8월 20일 오후 2시
◇참석자= 김주덕<숙명여대 향장미용학과 교수> 남윤인순<민주당 국회의원> 장준기<대한화장품협회 상무> 황순욱<한국보건산업진흥원 뷰티화장품 사업팀장>
◇진행= 김민희 쿠키건강TV 아나운서
◇연출= 전덕수 쿠키건강TV PD
◇방송일시= 2013년 9월 3일 오후 2시
-국내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장준기=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규모는 16조6000억 원 정도다. 국산화장품 대 수입화장품의 비율은 국산 58% 수입이 42%를 차지한다.
△황순욱= 우리나라 화장품이 세계 시장규모 11위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화장품의 수출 비중은 전체의 14%인 반면 화장품 강국인 프랑스의 화장품 수출 비중은 전체의 60% 정도 된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을 질적, 양적 평가한다면.
△남윤인순= 우리나라 화장품의 세계 시장규모 11위는 굉장히 높은 성적이다. 세계 화장품 100대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 세 개가 들어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17위, LG생활건강이 31위, 에이블씨엔씨가 65위다. 지난 5년 동안 국산 화장품 수출금액이 연평균 26.4%씩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굉장한 빠른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정된 내수시장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을 좀 더 개척해야 한다. 앞으로는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김주덕= 한국의약품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이 수입을 앞섰다. 우리나라 화장품의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K-pop 열풍 등 우리나라의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동시에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장준기= 통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 관세청 통계를 기준으로 본다면 무역역조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무역역조 상태이다.
-향후 국가별 판도가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김주덕= 시장 확보가 저조한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을 한다면 생산 실적이 향상될 것이고 세계 시장에서의 우리나라 화장품 점유율도 높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국가 인지도가 높아지고 품질 면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향후 국가별 판도가 변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국내 화장품 제조에 쓰인 생물자원 원료 중 수입 원료는 78%, 국산원료는 2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 원료의 비율이 낮은 이유는.
△김주덕=우리나라는 원료보유 능력이 낮다. 연구개발 투자에 소극적인 것이 이유다. 원료소재 개발은 1∼2년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화장품이 발전하려면 원료 산업도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로레알이 세계 1등 기업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원료 보유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화장품 회사들이 연간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해외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료 수입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가.
△황순욱=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완제품 시장의 약 8%를 원료시장으로 본다. 대략 국내 원료 시장이 약 2000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다. 다만 화장품에서 원료 비중은 극히 작기 때문에 선진국 수준보다 다분히 뒤처져 있으나 굳이 쫓아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자외선 차단제 등의 기능원료는 획기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장준기= 협회가 2008년도 국내 주요 30개사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산 대 수입 화장품의 원료 비중은 국산화장품 원료가 52%, 수입화장품이 약 48%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업이 새로운 원료를 개발한다는 것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원료 소재에 대해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른 국가와도 차별화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원료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되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김주덕= 남들이 쓰는 원료를 똑같이 쓰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 우리나라도 오일이나 왁스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제형원료 개발 및 정제기술 등에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세라마이드(보습원료)나, 알부틴(미백원료)은 독일이나 일본에서 수입해 왔다. 그러나 이제 국내 기업에서 개발한 이후 가격이 대폭 떨어졌다. 지식경제부 등 정부도 이러한 투자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남윤인순= 원료 수입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 실제 국내로 어느 정도의 원료가 수입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화장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료 자원에 대한 관리에도 충실해야 한다.
-2014년부터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될 경우 원료 시장에 대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김주덕= 나고야의정서는 화장품 원료 개발과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역으로 나고야의정서 발효롤 계기로 한국의 좋은 한방 원료 등을 등록해 로열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장준기= 아직까지 나고야의정서의 구체적인 조항이 정해지지 않아 업계에서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생물자원 원료를 80% 수입하는 상황에서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생물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업계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남윤인순= 내년 10월로 예상되는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대비해 국가 고유 생물 및 유전자원에 대한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국산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고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원료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한다. 의견은?
△김주덕= 한국이 베이스 제형 원료 개발 등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상당히 떨어진다. 대신 줄기세포, 펩타이드 등의 콘셉트 원료는 개발이 잘 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소재 개발을 연구하는 인력이 적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연구개발비 지원을 늘리고 연구 인력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황순욱= 제형 원료 부문에서 글로벌의 10∼2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적 측면에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남윤인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도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을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화장품 원료에 대한 R&D 투자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남윤인순= 정부가 신소재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비용은 1년에 120억 원 수준에 머무른다. 사실상 극히 작은 수치다. 정부와 산·학·연이 모여 미래 성장 동력이 되는 ‘화장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회도 입법을 통해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에 새로운 기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황순욱= 복지부와 지식경제부 합치면 신소재 연구개발비에 200억 원 정도 쓰인다. 한 해 화장품 생산량의 약 7%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준기= 한-미 FTA와 한-EU FTA를 체결하며 그나마 정부 투자가 조금 더 늘어난 편이다. 그러나 전체 사업 비중으로 보면 제약 등에 비해 상당히 적은 액수다. 화장품 산업은 투자 대비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R&D 투자 뿐 아니라 수출 지원에도 많이 정부가 지원했으면 한다.
△김주덕= 프랑스의 경우 화장품이 7대 국책산업으로 지정돼 정부에서 상당히 많은 지원을 해준다. 우리 정부에서도 제약산업의 10분의 1만 투자를 해 준다면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 수출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가장 성공한 사례를 꼽자면 ‘한방 화장품’이 아닐까. 한방 화장품이 명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김주덕=중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여성들에 피부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더불어 한방화장품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세계적으로도 차별화된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황순욱= 한방화장품을 재정의하고 싶다. 한방화장품은 한방 원료를 활용한 제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스타일의 화장품, 즉 ‘K-cosmetic’이다. 한국 여성들이 피부가 좋은 이유는 수십년의 역사 속에서 집적된 피부 관리 노하우에 있다고 본다. 외국과 차별화 되는 한국 고유의 스타일, 그것이 한방화장품이다. 형이하학적 접근이 아닌 형이상학적 접근을 해야 한다.
정리=장윤형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