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비슷해진 스마트폰, 디자인 전쟁 후끈

입력 2013-09-02 18:24


대학생 윤성은(25·여)씨는 2년 정도 쓴 스마트폰을 바꿀까 고민 중이다.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지겹기도 하고 다른 브랜드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신제품을 냈는데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윤씨는 “이제는 어떤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사용하는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성능이 비슷하다면 예쁘거나 독특한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고 말했다.

전자업계가 ‘디자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높은 수준의 다양한 기능, 즉 화려한 ‘스펙’을 가진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각 업체들은 ‘겉모습’을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특히 디자인에 더욱 민감하다. 항상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성능이 평준화된 상황에서 디자인이 소비자 공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G2’는 과감하게 고정관념을 깼다. 당연히 앞이나 옆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원·볼륨버튼을 뒷면으로 보냈다. 스마트폰을 잡을 때 두 번째 손가락이 항상 제품의 뒷면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G2에 대해 ‘흥미로운 폰’이라고 평가하면서 뒷면에 전원·볼륨 버튼을 배치한 점에 대해 “인체공학적이고 공간 절약적인 디자인”이라고 극찬했다. 직장인 김민석(34)씨는 “옆면에 볼륨 버튼이 있을 때는 잘못 누를 때가 많아 불편했다”면서 “디자인 면에서 사용자 편의를 꼼꼼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팬택은 지난달에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의 외관 전체를 소비자가 원하는 색으로 바꿔주는 ‘드레스업(DRESS-UP)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팬택 관계자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스마트폰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고자 이번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며 “다시 한번 베가 아이언의 디자인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전면필름, 배터리커버 등 스마트폰 각 부분의 색을 다양하게 바꿔 ‘맞춤옷’을 주문하듯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의 후속제품인 갤럭시S5에 기존 갤럭시S 시리즈에 채택했던 둥근 모서리 대신 각진 모습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스는 지금까지 플라스틱 소재였던 것과 달리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갤럭시S5 디자인이 유출되면서 어느 때보다 눈길이 쏠리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스펙’만큼 디자인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각 업체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마다 디자인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반증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디자인 인재 육성 및 발굴을 위한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을 발족하기도 했다. 디자인은 기업이 가진 창의력을 반영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 크게 혁신적인 기능을 기대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브랜드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 “디자인 개발을 통해 소비자 시선을 잡으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시장 공략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