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총회, 금권 선거부터 없애야”… 기윤실 ‘총회 포럼’ 후보 안세우기·엄격한 처벌 등 제안

입력 2013-09-01 18:37


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는 자칭 타칭 선거박사다. 학창시절 반장 선거와 신학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물론 시의원 선거 사무장, 부총회장 선거 사무장에 이어 노회장 선거까지 갖가지 선거를 겪으며 깨달은 바가 있다고 했다. “세상 선거나 교회 선거나 다를 게 하나도 없구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지난 30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주최한 ‘깨끗한 총회를 바란다 포럼’에서 정 목사는 “교계에도 금권 선거가 팽배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교회가 금권 선거를 치르는 것은 거룩한 헌금을 불법 선거활동에 쓰는 것”이라며 “금권 선거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깨끗한 교단 총회를 이뤄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교회와 노회의 지지를 업고 출마했다가 선거에서 떨어지면 출마자의 입지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당선되려고 발버둥치다 결국 돈 선거 유혹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명망 있는 목회자라도 자신의 체면을 위해 교회에서 불법을 저지르고 만다는 것이다. 깨끗한 총회를 위해 정 목사는 무후보·무기명 비밀투표를 제안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재정투명성제고위원장 황광민(석교감리교회) 목사는 엄격한 처벌을 주문했다. 예장통합 및 합동, 고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5개 교단은 지금도 불법선거 행위를 자체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 조항까지 갖춘 곳은 기성 한 곳뿐이다.

특히 포럼 참가자들은 전국에서 유권자(총대)가 한자리에 모여 투표하는 교회의 독특한 선거제도가 금품수수를 관행처럼 만들었지만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개인적인 욕심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요 교단들은 전국을 4∼5개 권역으로 나눠 매년 돌아가면서 총회장을 선출한다. 선거 준비기간이 4∼5년씩 된다는 얘기다. 후보들은 시무교회 동의와 노회 추천을 받는 과정부터 당선을 향한 피 마른 여정에 들어간다. 낙선은 생각하기 어렵다. 또다시 5년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인 조성돈 실천신학대 교수는 “오늘날 교단 총회가 본질을 잃어버리고 사람 세우는 데만 집중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라며 총대들이 교단 선거법 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