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 발빼는 서방국, 김빠진 군사개입… 英 이어 나토 “공격 불참”
입력 2013-09-01 18:21 수정 2013-09-01 22:53
당장이라도 시리아 공격에 나설 듯했던 서방국 간 공조 분위기가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 논의를 주도하던 영국이 의회의 반대로 발을 뺀 데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까지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한동안 시리아 사태와 거리를 두다 뒤늦게 강경론으로 돌아선 미국은 모든 부담을 혼자 떠안게 됐다. 프랑스와 일본 등은 대미(對美) 관계 개선과 국제적 입지 확장을 염두에 둔 듯 미국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서방국의 시리아 공격 논의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시리아 군사제재 동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상당부분 김이 빠졌다. 미국 프랑스 독일 정상과 잇달아 접촉하며 군사 개입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가장 적극적이었던 게 영국이었기 때문이다. 영국이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시리아 군사제재 결의안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29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에서 먼저 시리아 현장조사 보고서를 검토해야 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인 30일에는 나토마저 시리아 공격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덴마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권에 대한 국제적 대응에서 나토의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당초 시리아 공격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나토와 함께 시리아 정부군을 타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이날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나토 본부 소식통을 인용해 최소 12개 나토 회원국이 유엔 안보리 승인 없는 시리아 군사 공격에는 가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나토는 29일 비공개 긴급회의를 소집해 28개 회원국과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남미대륙 12개국으로 이뤄진 남미국가연합은 30일 수리남 수도 파라마리보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시리아 군사 공격 가능성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들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 없는 군사 개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시리아 공격 임박설로 긴장감이 고조됐던 국제정세는 이처럼 29~30일을 기점으로 오히려 신중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각국이 뒤로 물러서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미국은 단독으로 시리아를 공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는 지난 21일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이 어린이 426명 등 1429명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영국 독일과 달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영국 의회의 결정과 상관없이 시리아 정권에 대한 응징이 필요하다며 미국 입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의회 동의 없이도 시리아 군사 제재에 동참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31일 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 협의에서 시리아 정세 개선과 정상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이 실제로 시리아 공격에 가담할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BVA가 29~30일 프랑스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가 시리아 군사 공격에 반대했다. 야당도 올랑드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