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격 의회서 결정”… 공 떠넘긴 오바마
입력 2013-09-01 18:21 수정 2013-09-02 00:1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방과의 공조 없이 단독으로도 시리아 아사드 정부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보류했다. 군사 공격 여부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는 것이다. 전격적인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 변경으로 대시리아 군사작전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지난 31일 오후 1시15분(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긴급 성명을 발표하기 직전만 해도 시리아 공격작전 개시가 발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깜짝 반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나 스스로 군사작전을 명령할 권한이 있지만 이에 대한 민주적인 토론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무력 사용에 대해 민의를 대표하는 의회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뜨거운 감자’를 의회에 넘긴 셈인데, 이는 오바마 대통령 본인의 결정이라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회견 직후 의회 승인을 위한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결정한 데는 시리아 공습에 대한 국내외 반대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어떤 군사행동도 같이하기로 했던 영국 등 우방이 의회 반대 등을 이유로 신중론으로 돌아선 데다 미국 내에서도 의회가 사전 승인을 요구하고 미 국민도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에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임에 따라 의회를 끌어들여 시간을 버는 선택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의회가 9일 개회함에 따라 토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의회 승인이 나더라도 시리아 공격은 일러야 9월 중순은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백악관의 기대와 달리 의회의 상황은 유동적이다. 상원의 경우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의원 등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이 공습에 찬성하고 있어 군사행동 결의안이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미 언론은 예상했다. 반면 하원의 경우 진보와 보수파는 물론 리버테리언(자유주의) 성향의 공화당원까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재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강해 승인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반군 지도자들은 미국의 공습 보류로 아사드 정권이 더 대담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군조직인 다마스쿠스 군사위원회 관계자는 “아사드가 지금까지 국제사회로부터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며 “재래식 무기로 자국민을 살상하면 된다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시리아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역사적인 미군의 패퇴라며 기세를 올렸다. 국영 타우라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의회에 미루는 조치는 역사적인 미국 패퇴의 전조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외부의 어떤 침략에도 맞설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이날 시리아 국영TV가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