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절반 하반기 채용 안해 정부 일자리 늘리기 정책 무색
입력 2013-09-01 18:23
30개 공기업 중 절반 이상은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1일 각 공기업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력원자력 등 30개 공기업의 하반기 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는 1197∼120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공기업 신규채용 인원(1641명)보다 26% 정도 감소한 수치다. 특히 올 하반기 채용계획이 없는 공기업은 16개로 지난해(10개)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 고졸 신입사원 200명을 뽑았던 LH를 비롯해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서부발전 등은 하반기 채용계획이 없다. 지난해 하반기 207명을 신규 채용했던 한수원도 올해는 채용규모를 150명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이 때문에 연간 채용규모는 당초 정부 예상치보다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013년 공공기관 신규채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공기업 신규채용 규모를 3675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30개 공기업의 정규직 신규채용은 1419명에 불과했다. 하반기 신규채용이 1200명 규모로 이뤄진다고 보면 정부 예상보다 1000명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따라서 하반기 ‘고용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 기업들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 금융불안 등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규채용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29일 상장사 777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284곳(36.6%)만이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답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하반기(35.4%)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집계 방식의 차이일 뿐 공공부문 신규채용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신규채용 공고에서부터 실제 임용 간에는 수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면서 “채용공고 상의 인원이 아닌 실제 임용되는 인원을 기준으로 하면 당초 목표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