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알자지라 아메리카’ 美방송 열흘

입력 2013-09-01 18:22


카타르 정부가 소유주인 뉴스케이블채널 ‘알자지라 아메리카(AJAM)’가 미국에서 방송을 시작한 지 열흘이 됐다. AJAM은 ‘저널리즘의 새로운 목소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대변했다”는 미국 일부의 알자지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정통 저널리즘에 충실한 보도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예상대로 시청률은 저조하다. 시청률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AJAM의 황금시간대 프로들은 2만7000명에서 4만8000명의 시청자들을 모았다. CNN방송 출신의 알리 벨시가 진행하는 ‘리얼 머니’가 5만4000명으로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폭스뉴스의 최고 인기프로인 ‘오릴리 팩터’는 시청자가 297만명에 이른다. LA타임스의 TV비평 기자인 메리 맥나마라도 “최소한 지금까지는 AJAM이 혁명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AJAM으로 채널을 자주 돌리게 된다. 일단 호흡이 길고 신중하게 보도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는 시간당 광고시간이 6분으로 다른 케이블채널의 절반에 불과한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긴급뉴스(breaking news)’ 자막을 남발하며 속보와 선정성에 집착하는 인상을 주는 CNN과 차별성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지난 20일 조지아주의 초등학교에서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CNN은 사상자가 전무하며 범인이 곧 경찰에 투항했는데도 긴급뉴스 자막을 띄우며 학생들이 대피하는 화면을 계속 보여줬다.

방송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수준도 정상급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정파 간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이는 다른 뉴스채널들과 구별된다. 패스트푸드업체 종업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보도하면서 저명한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인터뷰하는 식이다.

뉴스의 다양함도 두드러진다. 인디언 보호구역의 음주 문제, 디트로이트시 파산으로 인한 연금생활자들의 생활고 고민, 시카고 도심 학교 폐쇄 등 다양한 지역의 현안들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래서 워싱턴주립대의 로렌스 핀택 교수는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 기고문에서 AJAM을 ‘화면을 가진 NPR(미 공영 라디오방송)’에 비유한 모양이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