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같은 물가… 정부 1%대 안정세라지만 ‘체감’ 5.4%
입력 2013-09-02 05:17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1일 남편과 함께 장을 본 주부 강은주(31·서울 갈월동)씨는 영수증을 살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강씨는 “돈 나가는 게 무서워 꼭 필요한 것만 샀을 뿐인데 결제하려고 보면 늘 깜짝 놀란다”며 “가격을 비교해 더 싼 걸 구입하려고 해도 채소며 과일이며 안 비싼 게 없다”고 말했다.
신혼인 강씨는 아직 아이가 없어 평소 많은 양의 음식 재료를 사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15개짜리 계란 대신 30개짜리 계란 한 판을 선택했다. 3500원을 주고 15개를 구입하는 것보다 4900원을 내고 30개를 사는 게 조금이라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계란과 함께 불고기용 고기, 두부, 야채, 과일 등 일주일치 음식 재료를 구입하는 데 9만8000원을 썼다. 강씨는 “정부에서는 경기가 조금씩 회복된다고 하고, 물가도 안정적이라고 하는데 우리 주머니는 왜 늘 텅 비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가족과 함께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은 김모(41·여)씨는 복숭아 가격표를 살펴보다 고개를 돌렸다. 7개 들이 1박스에 1만7500원이라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다. 김씨는 “그나마 재래시장은 복숭아 5개에 1만원 정도 한다. 싼 건 아니지만 재래시장을 들러야겠다”고 말했다.
각종 농수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전셋값 폭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서민층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은 5%대로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물가 1%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3∼19일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조사해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중산층과 체감중산층의 괴리’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체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5.4%에 달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상반기 물가상승률 1.3%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실생활에 밀접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데 지표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전셋값은 물론 우윳값, 택시요금, 도시가스·전기요금이 줄줄이 오르면서 팍팍한 살림살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직장인 이재원(44)씨는 “월급 빼고 안 오른 게 없는 것 같다”면서 “이제 아내와 대형마트에 가는 게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추석 물가도 걱정거리다. 롯데마트는 올해 추석 비용이 지난해보다 1.4%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마트가 채소·과일 등 28개 품목의 추석 일주일 전 예상 가격을 뽑아본 결과, 올해 추석 상차림에 필요한 금액은 20만5990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추석 일주일 전 추석 상차림 비용은 20만3110원이었다.
특히 채소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15.3% 오를 전망이다. 시금치는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생산량이 급감했고 고사리와 도라지는 봄 한파로 생육이 부진했다. 그나마 태풍이 없어 작황이 좋은 과일값이 13%가량 내리면서 추석물가 상승폭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한우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소폭 오르고, 수산물은 어획량 감소로 동태 가격 등이 뛸 것으로 내다봤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올 추석 상차림 비용은 지난해보다 소폭 늘 것으로 예상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훨씬 높을 수 있다”면서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