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D의 공포] 자산 팔아 빚 갚는 디레버리징 현상… 가계發 ‘D의 공포’
입력 2013-09-02 05:10
가계발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대출의 중도상환이 급증하고 신규 투자는 중단되고 있다. 채무를 이기지 못한 가계가 디레버리징(부채감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 1%대의 파격적인 주택자금 대출 방안까지 내놓으며 부동산 살리기에 나섰지만 정작 가계 재정이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일보가 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월별 중도상환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 2조5128억원이던 중도상환액이 지난 7월에는 4조1808억원으로 66.4%나 급증했다.
지난 6월에는 사상 최고치인 6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 월별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40% 이상이 싼 금리로 갈아탄 대환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 부담에 시달리는 가계가 본격적으로 부채 감축 및 이자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개별 은행의 가계대출 중도상환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의 신규 투자도 급감했다. 이들 은행의 월별 신규 예·적금 가입 건수는 같은 기간 128만4691좌에서 110만3306좌로 14.1% 감소했다. 지난해 내내 감소 추세를 기록했던 예·적금의 중도해지 현황도 올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7월부터 1년 새 20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이 기간 증시에서도 가계의 투자 부진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1월 57조1942억원이던 개인투자자 증시 거래 대금은 지난 7월에는 40조9486억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대기자금 성격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수도 60여만개 감소했다.
이처럼 가계 재정이 침몰하면서 디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하락)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는 “이미 신용대출 분야에서는 가계의 디레버리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단계를 넘어서면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는 데 ‘올인’하는 부채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ey Word-디레버리징(Deleveraging)
경제 주체가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는 현상을 말한다. 완만히 진행될 경우 건전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경제 주체들이 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 투매에 나서는 급격한 디레버리징은 자산가격 폭락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기 침체를 불러온다. 급격한 디레버리징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