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수사] 당국 “RO 해외 경유 이메일 北에 넘어간 정황 포착”

입력 2013-09-01 18:16 수정 2013-09-02 05:01


국가정보원은 홍순석·이상호·한동근씨 등 통합진보당 간부 3명을 구속시킴으로써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내란음모 수사에 있어서 첫 고비를 넘겼다. 이제 수사는 RO의 총책이자 이미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진보당 이석기 의원 혐의 입증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 의원에 대한 신병확보 여부는 이번 수사의 분수령이다.

수원지법은 지난 30일 홍씨 등 3명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음모 혐의가 소명된다”고 밝혔다. 공안 당국이 3년여 내사를 통해 적어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내줄 만큼의 증거자료를 축적했음을 의미한다.

공안 당국은 지난 5월 12일 RO 비밀회합 때의 녹취록을 중요 증거로 보고 있다. 3명의 구속영장에도 녹취록 내용이 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모임이 즉흥적으로 성사됐거나, 단순히 토론의 자리가 아니라 이런 지속적인 회합을 구체적 전략·전술과 정세 인식 속에서 진행했다는 게 국정원 판단이다.

그 중 하나가 RO 핵심 조직원들이 미국과 중국의 중간 연락책을 경유하는 이메일을 통해 유사시 대응 요령 등을 논의한 정황이다. 국정원은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등이 이런 이메일 교신 방식으로 비밀모임 토론 자료, 전달 사항 등을 공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북측에서 잠수함, 전투기, 탱크 등 육·해·공 전력이 내려올 텐데, 이에 대비해 우리들은 남한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등의 내용도 오갔다고 공안 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국정원은 해외 경유 방식의 이메일이 주요 정보전달 루트인 것으로 보고 2011년 이후 한두 달에 한번 꼴로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교신 내역을 분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연락책과 주고받은 이메일이 최종적으로 북측 관계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일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RO 조직원들이 명시적 조직 체계를 갖추기보다는 동일한 행동강령 아래 점조직 형태로 활동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화통화를 할 때도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공중전화를 주로 이용해 개별 교신을 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RO 조직은 문제의 5월 회합 외에도 2010년 이후 수도권에서 40여 차례 모임을 가진 것으로 공안 당국에 파악됐다. 공안 당국은 5월 이후 한 차례 정도 더 대규모 회합이 있을 것으로 보고 RO의 동태를 감시했지만 이후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RO 조직의 이러한 치밀하고 체계적인 활동 중심에 이 의원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의원이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될 때도 RO의 조직적 지원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을 제도권 입성의 교두보로 삼으려 했다는 뜻이다. RO 비밀 회합 때 ‘이석기 대표님을 어떻게 잘 모시냐’ ‘의회에 진출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냐’ 등을 논의하는 내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안 당국은 이 의원의 당선 이후 활동 내역도 정밀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