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역 열차 3중추돌] 무궁화호 여객전무·기관사 신호 확인않고 출발 ‘꽝’
입력 2013-09-01 17:57 수정 2013-09-01 22:32
지난 31일 발생한 대구역 열차 추돌 사고는 기관사와 열차승무원의 선로 및 신호상태 확인 소홀, 관제원의 운전정리 사항 미통보 등이 겹쳐 일어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1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사고 발생 전 상행선 무궁화호 1204호 열차 여객전무 2명 중 1명이 출발신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신호를 보냈고 기관사 역시 신호기를 제대로 보지 않고 출발했다. 무궁화호 기관사 홍모(45)씨는 조사에서 “신호를 잘못 보고 출발했다”고 진술했다.
코레일 측은 관제실 관제원도 KTX 열차의 통과 여부 등 운전정리 사항을 여객전무 등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철도는 동대구역과 대구역이 있는 대구 도심 구간의 철로를 공유한다. 대구역은 KTX가 정차하지 않아 KTX 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새마을호 열차나 무궁화호 열차가 자주 정차한다. 또 무궁화호 열차는 역 관제실로부터 출발신호를 받은 뒤 여객전무가 무전으로 기관사에게 전달하면 출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당시 기관사와 여객전무의 과실로 무궁화호 열차는 같은 방향의 KTX 열차가 대구역을 완전히 통과하기 전에 출발해 사고를 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는 “기관사와 여객전무의 진술만으로는 아직 사고의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며 “녹취록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1일 오후 1시 대구역 사고구간의 선로 복구 작업을 완료했으며, 오후 1시7분쯤 서울행 상행선 KTX가 대구역을 정상적으로 통과했다.
사고 발생 후 30여 시간이 지나서야 선로 복구가 완료되는 바람에 열차를 이용하려던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사고 직후 역마다 공지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상황을 모르는 시민들은 대체 교통편을 찾지 못해 발만 굴러야 했다.
사고 다음날인 1일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대구역에 일반열차가 정차한다는 보도를 보고 아침 일찍 역을 찾은 시민들은 현장 수습으로 이날 하루 동안 일반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역 직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대구역 측은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인력을 배치하고 동대구역까지 가는 버스를 마련했다.
한편 지난 31일 오전 7시14분쯤 대구역을 출발한 상행선 무궁화호 1204호 열차가 100여m를 달리다 대구역을 무정차 통과하던 상행선 KTX 4012호 열차의 옆 부분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9량으로 편성된 무궁화호 열차의 기관차와 20량인 KTX 4012호 열차의 2~9호 객차 등 9량이 탈선했다. 또 탈선한 KTX 열차를 부산 방향으로 가던 KTX 101호 열차가 추돌했다. 추돌한 열차 3편에는 모두 130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저속으로 운행해 경상자 4명 외에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코레일은 사고 책임을 물어 본부장급 2명과 대구역장을 비롯한 관련자에 대해 직위를 해제했다.
코레일은 또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승객에게 요금을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KTX의 경우 20분 이상,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40분 이상 지연 시 운임의 12.5∼50%에 해당하는 보상금이 지급된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