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면서 찡하다… 미술에 눈뜬 탄광촌 사람들

입력 2013-09-01 17:16


영화 ‘빌리 엘리어트’로 유명한 영국 작가 리 홀(47)이 집필한 연극 ‘광부화가들’이 3년 만에 돌아왔다. ‘빌리 엘리어트’가 탄광촌 가난한 소년이 발레리노로 거듭나는 이야기라면, ‘광부화가들’은 탄광촌 광부가 화가로 변모해 가는 이야기다. 193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의 광부화가공동체인 ‘애싱턴그룹’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10년 초연 당시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010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며 찬사를 받았다. 서울 명동예술극장은 관객들의 재공연 요청에 힘입어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한 달간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영국 뉴캐슬 탄광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인물 자체도 몰랐던 평범한 광부들이 생전 처음 그림을 배우면서 화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위트 있게 그렸다. 우연히 시작한 미술 감상수업을 통해 인생 자체가 변하게 된 광부들의 이야기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관객은 마치 광부화가가 돼 미술 수업을 받는 것처럼 연극을 통해 100여 편의 미술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영국 현지에서는 2007년 초연 이후 “대단히 웃기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며 끝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텔레그래프), “지적 열의, 정치적 열정과 자극적인 에너지로 빛난다”(더 타임스)는 호평을 받았다.

‘광부화가들’ 국내 초연의 성공에는 연출가 이상우(62)가 있었다. 그는 연극 ‘칠수와 만수’ ‘거기’ ‘B언소’ 등을 쓰고 연출하면서 촌철살인의 대사 속에 따뜻한 웃음이 있는 공연을 선보여 왔던 인물.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처음부터 나를 완전히 매료시켰던 희곡이다. 나는 왜 이런 작품을 못 쓸까하는 질투심마저 느껴졌다. 초연 때는 훌륭한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제대로 무대에 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풀어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강신일 김승욱 민복기 김중기 채국희 등이 나온다. 광부들 중 가장 뛰어난 자질을 보이며 광부와 화가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올리버 역은 강신일이 맡았다. 강신일은 영화 ‘전설의 주먹’과 드라마 ‘추적자’ 등을 넘나들며 29년째 연극 무대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배우. 그는 “작품을 하면서 타성에 젖어있던 나 자신을 발견한다. 초등학교밖에 안 나왔지만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열정을 갖는 올리버를 보면서 지금의 나를 채찍질하게 됐다”고 전했다. 만 13세 이상, 160분. 2만∼5만원.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