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 박해 피해 지하동굴서 예배 드렸듯이… 계명성교회, 광명 가학광산동굴서 카타콤 기리는 예배
입력 2013-09-01 17:29 수정 2013-09-01 20:35
박해를 피해 동굴 안에서 예배를 드리며 신앙을 지킨 초대교인들의 예배가 1일 경기도 광명에서 재현됐다.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가학광산동굴 입구에 광명 계명성교회 성도 200여명이 이날 아침 모였다. 카타콤을 기리는 예배를 위해서다. 카타콤은 초대교회 박해 당시 기독교인들의 피신처이자 예배처소로 쓰인 지하동굴이다. 이 날은 가학광산 동굴이 카타콤이 되는 셈이었다. 머리에 닿을 듯한 동굴 천장과 어두운 시야 탓에 계명성 교회 교인들은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디뎠다. 동굴 안으로 약 200m 가량 들어가자 300여명이 앉을 수 있을 만한 공터가 보였다. 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성가대의 찬양은 마이크 없이도 동굴 안에서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계명성교회 고완철 목사는 “우리가 아무런 방해 없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은 박해에 맞서 신앙을 지켜온 선조 덕분”이라며 “우리가 그들의 노고를 잊은 체 예배를 형식적으로, 절실함 없이 드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한다”고 말씀을 전했다. 이어 “오늘날도 다양한 방법으로 기독교를 공격하는 세력이 많은데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하며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 답게 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데서 당하는 고난이다. 카타콤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배우고 온 세상에 전한 선조들의 신앙을 본받자”고 말했다.
예배 중에는 고난 받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과 이슬람 국가 등 선교 불모지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성도들은 침묵으로 혹은 흐느끼며 기도했다. 성도 이상아씨는 “동굴에서 한 시간 조금 넘게 있었을 뿐인데 춥고, 습한 기운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며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런 동굴 안에 수 백년을 숨어지낸 초대교인들이 존경스럽고, 하나님을 처음 만나 열정 넘쳤던 때를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초대교회 당시 카타콤은 지하 10∼15m 깊이에 폭은 1m 미만, 높이 2m 정도로 여러 층이 이어져 있었고, 로마를 중심으로 수백여 개가 존재했다. 지금도 일부 카타콤이 남아 있어 유적지로 개방돼 있다. 계명성교회 권주일 부목사는 “당시 기독교인들은 카타콤에서 예배와 일상 생활은 물론 장례까지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광명=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