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미적댈 일 아니다
입력 2013-09-01 19:15
사법 절차 가로막지 말고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 지켜야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진보당에서는 동의안 처리에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미온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국회는 수사 절차의 일환인 체포동의안을 속히 표결에 부치는 게 옳다.
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국정원의 매수공작과 정당 사찰에 대한 전모가 드러나기 전 체포동의안 처리는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논리는 동의안 처리가 내란음모라는 국정원의 일방적 주장에 국회가 휘둘리는 것이며 국정원에 동조하는 순간 국정원 개혁이 수포가 된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이 의원도 체포동의안에 동의하는 것을 “민주주의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은 영장실질심사 절차에 따른 피의자 심문을 위한 것이다. 체포동의안을 낸 곳은 수원지법이며 이 의원 구속 여부도 법원이 결정한다. 이를 국회와 국정원 간의 문제로 몰아가거나 국정원 개혁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비약이다. 체포동의안 처리가 민주주의 말살과 연계됐다는 주장도 난센스다. 종북 지하조직 수사는 국정원의 고유 업무일 뿐 민주주의 훼손과는 무관하다.
게다가 이 의원 조직의 간부 3명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이 의원만 체포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여야가 그동안 한목소리로 강조해온 의원 불체포 특권 내려놓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회는 2010년 9월 학원 비리 혐의를 받고 있던 민주당 강성종 의원, 지난해 9월에는 공천 비리 혐의를 받던 무소속 현영희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켰다. 지난해 7월 선거법 위반 혐의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거센 여론의 비판 때문에 여당 원내대표가 사표를 내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도 지금까지 나타난 이 의원의 혐의는 매우 중대하다. ‘RO’라는 비밀 지하조직을 결성하고 지난 5월 회의 등에서 북한의 전쟁 도발에 대비해 국가 기간시설을 파괴하는 등 대비 방안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 신속하게 진실이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특히 이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다 회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뒤늦게 회의 참석 사실을 시인했다. 전쟁 준비를 주문했다는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 “전쟁이 벌어진다면 민족의 공멸을 맞기 전 하루라도 빨리 평화를 실현하자는 취지였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은 상태다.
따라서 국회는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조속히 일정을 잡아 처리해야 마땅하다. 여야 대치로 정기국회 일정 전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서라도 표결해야 한다. 의원 제명 절차도 아니고 수사 과정의 일부인 체포동의안조차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입법부가 사법 절차를 왜곡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듣게 된다. 진보당도 이 의원이 무죄라고 확신한다면 법적 절차에 따르면서 반박 증거를 내 무죄를 입증하는 게 당당한 길이다.